제2회 해미백일장 이동준 님 입상작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우개선 목소리 높여

저는 23명의 어르신을 모신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사입니다. /이동준
저는 23명의 어르신을 모신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사입니다. /이동준

저는 23명의 어르신을 모신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사입니다. 1, 2층으로 구분되어 아래층은 중증의 남녀 열세 분 어르신과 위층은 열 분의 여자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저는 1층 소속으로 1등급 와상 어르신이 네 분이시고 거의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치매 어르신들을 돌봐드리고 있습니다.

근무 일상은 9시 출근 9시 퇴근입니다. 출근해서 거실에 나와계시는 어르신들과 눈 맞추며 인사드리고 회의 겸 인수인계를 마친 후 방 청소와 화장실 청소를 시작으로 일과가 시작되지요. 오전에는 와상어르신들의 기저귀 케어와 석션(가래)을 해드리고 소변을 비워냅니다. 프로그램을 위해서 온몸이 굳어 석회화 되어있는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울라치면 세 분의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모든 관절과 허리, 무릎이 온전치가 않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그다음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모시고 화장실로 이동하여 볼일 보게 해드리고 치매 어르신 기저귀 케어 후 휠체어에 태워서 모시고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꼬집히고 할퀴고 여기저기 상처가 많이 생기곤 합니다.

오전 간식 후 강사님을 도와 한 분 한 분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조금의 소근육이라도 사용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지만 공격적인 치매 어르신들의 갑작스러운 펀치와 손톱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늘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면 점심 식사 시간으로 혼자서 드실 수 없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흘리고 더디지만 끝까지 드실 수 있도록 케어해드리고 양치를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12시 30분 선생님들의 점심시간! 식사를 하면서도 눈과 귀는 온통 어르신들께 쏠려있고 점심 남은 휴식 시간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어르신들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시 30분 어르신들 기저귀 케어 후 목욕 어르신들을 이동시키고 축 늘어진 어르신들을 목욕 의자에 앉힐라치면 어찌나 힘을 주시고 공격을 하시는지요. 열악한 목욕실의 더운 열기에 온몸은 땀범벅입니다. 하루에 두세 분 목욕 케어해드리고 머리 감겨드리는 분 세 분까지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몸 씻을 시간도 없이 바로 나와 오후 간식과 또 이어지는 프로그램 시간입니다. 신체를 움직여서 남아있는 잔존기능이 소실되지 않도록 케어해드리고 워크 사용하시는 어르신들 운동시켜 드리면 저녁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휴식 시간 한번 없이 열악한 일과가 이어집니다.

손가락 마디마디 팔꿈치, 무릎, 허리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이 덕지덕지 파스로 도배하며 일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쥐꼬리만 한 급여입니다. 이리 떼고 저리 떼고 한 달 내내 일해도 통장에 꽂히는 건 200만원 남짓입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노인천국인 현시점에 자격증 있는 요양사들은 넘치고 넘쳐나지만 늘 부족한 요양사들의 넘치는 구인 광고. 무엇이 문제일까요?

가족들도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현대판 고려장으로 둔갑한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사명감 하나로 사랑으로 웃으시며 응대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의 폭력과 언행으로 멍들고 생채기가 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당당한 보호자님들. 고령의 어르신들의 변해가는 상태들을 설명해 드려도 ‘우리 엄마는 우리 아버지는 안 그래요’하는 그들은 언제나 갑입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어르신들이 고령이라 매일 똑같을 수는 없겠죠. 식사를 못하시면 조금이라도 더 먹여드리려 애쓰고 움직이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움직이실 수 있도록 독려하며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 보면 마음 아파 같이 눈물 흘리고 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보면 한 번이라도 더 다가가 손 붙잡고 스킨쉽 해드리고 ‘○○○어르신 사랑해요’ 하며 안아드리고 ‘나도 사랑해 라고 해주세요’ 하며 응석부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르신들께 힘을 얻고 지혜를 배우며 서로 의지하며 그렇게 한 가족이 되어 지내고 있습니다.

노가다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 아무나 할 수 없는 이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젠 도저히 못 하겠다. 나도 조금 있으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으로 지금 도움을 드리는 손길만큼만 나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늘 웃는 낯으로 어르신들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한 번도 우리 요양사들의 일들을 경험해 보지 않고 탁상머리에서 모든 결정을 하시는 공무원 선생님들. 일주일 아니 한 달간만이라도 직접 뛰어들어 얼마나 힘든지 열악한지 체험해 보고 우리들 수가와 처우들을 개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모두가 힘들어 기피하고 있는 이 일들을 직접 눈으로 피부로 체험하시고 보셔서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근무 환경 더 나은 급여로 더 이상 기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세대를 살아오셨지만 요양원이라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실 수밖에 없는 우리 부모님들이 더 행복하고 더 많은 혜택 속에 더 나은 복지를 받으실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 선생님들이 언제나 웃을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셔야 어르신들께도 더 잘해드릴 수 있겠지요. 우리 수많은 요양사님께 희망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손길을 통하여서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저도 행복합니다.

어르신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마지막 가시는 그날까지 평안히 지내실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해보렵니다. 보건복지부에 계시는 선생님들. 수많은 요양사님이 더 행복해지는 그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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