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수 5년 연속 하락
작년 대비 매출 30% 줄어
소비 인구 감소‧고물가 여파

19일 오후 2시 경의 노량진 컵밥 거리에는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다. /김민 수습기자
19일 오후 2시 경의 노량진 컵밥 거리에는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다. /김민 수습기자

3월의 노량진 거리가 한산하다. 23일에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이 있어 오가는 학생들이 많을 법도 하지만 생각 외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학생 수는 적다.

19일 여성경제신문이 찾은 노량진 거리는 줄어든 공시생의 수로 이전에 비해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학원 신입생 수는 물론이고 시험 경쟁률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경시생(경찰 시험 고시생) 이모 씨(남·29)는 이렇게 말하며 공시생 수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인사혁신처에서 지난 1월 25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이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경쟁률은 4749명 모집에 10만3597명이 지원해 21.8대1을 기록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최근 5년간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을 기록하며 하락했다.

공시생의 감소는 노량진 상권의 쇠퇴로 이어졌다. 노량진 컵밥 거리에서 와플 장사를 하는 박모 씨는 "보통 2월에 장사가 잘됐는데 작년 대비 25%에서 30%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이번 주 주말에 국가직 9급 시험이 예정돼 있음에도 손님이 많이 없어 오전에 음식을 10개 정도밖에 못 팔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간식부터 끊는 경우가 많아 컵밥보다도 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컵밥 거리는 오후 2시경으로 점심시간이 다소 지나 있긴 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 가게가 장사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며 인기 있는 몇몇 가게에만 손님이 있을 뿐이었다. 한 상인은 '노량진 상권 쇠퇴'에 관한 질문에 '기사가 나간 이후로 더 안 오는 것 같다'며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공시생 수 감소로 낮에 돌아다니는 학생이 줄어들었다. /김민 수습기자
공시생 수 감소로 낮에 돌아다니는 학생이 줄어들었다. /김민 수습기자

노량진 상권에서 빵집을 하는 사장 김모 씨도 "지금이라면 손님이 많은 시기인데도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며 "(자신의 가게는) 원래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공시생 수 감소의 영향이 꽤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에도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노량진 소상공인들은 공시생 수 감소로 소비 인구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 불황과 고물가가 겹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김씨는 "우유나 밀가룻값도 많이 올랐다"며 "사실상 현재 장사는 서비스에 가깝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서 노량진 지역 소규모상가 공실률을 보면 2023년 1분기 이후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실률의 감소는 코로나 팬데믹 종료 후 서울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실률만으로 상권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수익률을 비롯한 전반적인 정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거리 /김민 수습기자
노량진 거리 /김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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