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나이
문진보다 검사에 의존하는 현대 의술
병원 내 감염이 가장 높은 곳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관리해야

어느 의사가 전해준 이야기다. 하루는 평소 자신의 단골인 중년 여인이 그의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찾아왔다. 그는 어머니의 나이가 92세라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깔끔한 외모를 지닌 할머니는 건강이 좋아 보였다. 의사는 할머니의 팔에 혈압계를 감은 다음 혈압을 재면서 행여 걱정할까 봐서 마음을 풀어줄 겸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데 장수 비결이 뭐예요?” 그녀는 말귀를 못 알아들은 듯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의사는 그의 귓전에 입을 가져가서는 약간 큰 소리로 반복해서 물었다. 할머니는 의사의 얼굴을 잠시 가만히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의사를 멀리했지.”

의사는 할머니의 답을 듣고 무릎을 쳤다. 오래도록 환자를 진료하며 정부와 의료업계를 중재하고 있던 그는 할머니야말로 솔로몬의 지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할머니, 장수 비결이 뭐예요? /게티이미지뱅크
할머니, 장수 비결이 뭐예요?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서부지역에는 동부지역보다 유난히 척추질환 환자가 많았다. 학자들은 서부지역에 지형적인 문제가 있는지 의심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서부지역에는 정형외과 의사 수가 동부지역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일부 정형외과 병원에서도 그냥 놔두어도 괜찮은 허리 디스크를 수술하기도 한다.

오래전 동네에는 의원이 별로 없었다. 지금처럼 전문의도 드물었다. 주민들은 다리를 다쳐도 그곳에 갔고 배가 아파도 그곳에서 진료받았다. 환자가 너무 아파 의원에 오기 어려우면 의사가 왕진 가방을 들고 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의사는 이웃 사람들의 집안 사정을 거의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의료 장비가 하나둘 병원에 설치되기 시작하더니 문진보다는 검사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다. 환자들도 값비싼 의료 장비가 있는 곳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개업의들이 무리하게 의료 장비를 사들였고 은행은 의사의 신용을 믿고 제법 큰 금액을 대출해 주었다. 의사들은 매월 갚는 원리금 부담 때문에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검사를 권했다.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검사를 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검사를 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대규모의 경제는 의료계에도 적용이 되었다. 환자들이 대형 병원을 선호하므로 병원들도 너도나도 대형화에 앞장섰다. 대학병원 역시 의료 장비의 감가상각이 커지자 검사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니 예전처럼 환자들의 말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매년 여러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병원 내 감염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 종합병원이다. 환자들이 늘 붐비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은 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다 자칫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는 건강 검진을 잘 받지 않는다.

환자에게는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잘 받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백만원짜리 건강 검진도 있다. 첨단 의료 장비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검사가 오히려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의술이 인술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상술로 변한 느낌이다.

의사도 생활인이라 무조건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의사의 탓이라기보다는 의료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의사는 차분히 환자를 돌보고 싶은데 현행 의료제도로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의사는 의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자신은 존경받는 의료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환자들에게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다고 하소연이다.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건강 관리에 대한 지식을 익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건강 관리에 대한 지식을 익힌다. /게티이미지뱅크

몇 편의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외과 의사는 그의 책에서 의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상대가 환자라고 고백한다. 의사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데 환자들은 의사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그런 내용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가 두렵다. 최근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이슈로 의료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어느 의사는 의사의 수를 늘리면 환자의 고통스러운 삶이 연장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고백을 들어보니 환자들도 어느 정도 의학지식을 익혀야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격언이 있다. 이렇게 중요한 건강을 그동안 너무 소홀히 대하여 왔다. 건강을 잘 다스리는 것은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중에 건강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무리하게 돈을 모으다가 오히려 병이 나서 모아놓은 돈을 써버린다면 그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건강에 관한 지식을 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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