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구제 위한 '내상조 그대로'
타사 계약 이관 시 손실 발생
상조 회사 등록 규정‧관리 必

#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김모 씨는 10년 전 중견 상조업체 H에 가입했다. 최근 환급금을 알아보려 연락했다가 지난해 말 이 회사가 폐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급을 요청했지만 납입금의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치 않을 때 타사로 계약을 이관해 동일한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10년 동안 낸 보험료의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의 50%나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더 이상 상조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어 타사 이관도 달갑지 않은 실정이다.
# 상조사 도산 피해 소비자 A씨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소개하는 H 상조 회사로부터 기존 가입했던 폐업 상조 회사에 낸 금액을 제외한 차액을 일시납 하면 상조 상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또한 1년 뒤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환급 신청하는 경우 기존 상조회사에 낸 금액과 추가로 낸 차액을 합한 금액을 돌려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H 상조회사가 ‘내상조 찾아줘’ 등 누리집에서 조회가 되지 않아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문의한 결과 해당 상조회사는 H그룹 계열사인 것이 확인되지 않으며, 차액을 일시납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후불제 상조회사인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약 위 상조회사가 폐업한다면 A씨는 선수금 보전기관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A씨는 문의하지 않고 그대로 응했으면 어땠을지 상상하니 아찔했다.
상조업체 숙원 사업 중 하나는 상조사 도산에 따른 피해자 구제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폐업 상조회사 소비자는 상조 피해구제 서비스 '내상조 그대로'로 납입금 100%를 인정받아 타사 상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는 '피해보상금' 수령을 선택해 소비자 피해 보상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에 피해보상금을 신청해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납입금의 5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나머지 50%는 손실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 가입자들이 언제든지 상조 가입과 관련된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상조 통합 정보 시스템 '내상조 찾아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조회사의 영업 상태, 선수금 현황, 보전기관, 가입자의 납입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다.
폐업한 상조사 소비자인 경우 다른 상조회사의 상품으로 피해보상을 대체할 수 있는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내상조 그대로'는 큰 규모와 안정적인 재무제표를 갖춘 상조회사 15곳을 선별해 피해 소비자 대상으로 납입한 금액을 인정해 상응하는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로 타사 계약 이관 시 소비자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도 일부 존재한다. 김현용 한국상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상조 회사들도 지속해서 신상품을 출시한다. 소비자가 상조 상품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가정해 보면, 기존 고객이 가입했던 상품과 100% 동일한 상품이 현재에도 있기는 어렵다"며 "최대한 상품 구성을 맞춰 현재에 맞는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도 금액이 안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0만원 상품에 가입했었는데 전환하려는 회사에서 조건이 유사한 상품은 350만원일 수 있다. 반대로 동일 금액인데 이전에 했던 서비스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상조 상품은 정형화된 상품이 아니라 회사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 구성이 각기 다르다 보니 금액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거기에 따른 설명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창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 민원센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이 불평 사항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그러한 창구나 채널이 없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상조사 폐업'
상조사 도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도 존재한다. 지난 10월 상조보증공제조합은 등록 취소 또는 폐업된 상조회사 관련 불법 영업행위로 인해 예상되는 2차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미 폐업한 소비자의 회원 정보를 입수한 다음 이들에게 전화해 상조 회사를 사칭하며 재영업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하는 등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본지에 "상조 회사가 적정한 상태에서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도산으로 인한 폐업이 대다수이다 보니 고객 정보들이 외부로 흘러 나가게 된다"며 "개인 정보가 여러 곳에 유출돼서 '내상조 그대로'에 등록되지 않은 상조 회사들, 특히 후불제 상조업체들이 그 정보를 통해 고객한테 찾아가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내상조 그대로'에 가입된 15개 상조 회사는 공정위에서 회사의 재정 상태와 규모 등을 감안해 선별한 회사다. 해당 상조 회사들이 도산 피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없다.
김 총장은 "15개 회사와 달리 검증되지 않은 상조 회사가 피해 구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법적 관리에서 벗어난 채 진행돼 '과잉 추가 납부' 같은 불법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민원과 2차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상조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상조 그대로'를 제도권 내에 편입해 사기에 이용되는 사례들을 차단하고 소비자에 대한 공신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현재 상조 회사 등록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자본금 15억뿐이다. 더 구체화한 조건이 필요하다.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들을 책임질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된 허가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조 회사 진입에 대한 장벽을 높여 고객이 겪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기본적인 법안을 만들어내는 게 상조법을 제정하려는 취지 중 하나"라며 "상조 회사 등록‧폐업 등 관리적인 부분에서 규정이 잡혀야 한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는 형태의 상조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회가 지난 2008년, 2012년도 총 2회에 걸쳐서 상조법을 상정했지만 채택되지 않았고 시기가 지나 모두 폐지됐다. 내년 3월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상조 산업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나 국회에서도 좀 달리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내년 2월 예정된 연구 용역 세미나에서 상조법 제정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면 협회에서는 언론보도, 공청회 개최 등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