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78.8% 고독사 위험군
고립자 특성별 차별화된 대책 必

# 전남에 있는 한 원룸에 거주하던 이충재 씨(가명‧55‧남)는 사망한 지 5일 뒤에야 발견됐다. 일평생 타지에서 건설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30년 만에 귀향한 그의 마지막 순간은 외로웠다. 지난 2021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실직한 이씨는 혼자 술을 마시며 고통과 외로움을 벗으로 삼았다. 며칠 동안 인적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네 주민이 신고했고, 그제야 이씨의 영면이 세상에 알려졌다.
혼자 사는 사람 10명 중 8명은 고독사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고독사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군은 78.8%에 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결과 전체 1인 가구의 2.6%는 고독사 '고위험군', 19.8%는 '중위험군', 56.4%는 '저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는 21.2%에 그쳤다. 10명 중 8명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지난 2022년 기준 총 750만2000가구다. 전체 2177만4000가구 중 34.5%를 차지했다. 2047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1인 가구의 비중은 해가 지날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국내 고독사 수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약 1% 내외 수준이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단독·다세대 주택과 빌라·아파트 등 일반적인 주택이 72.5%를 차지한 한편 1인 가구가 대부분인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 거처도 18.4%를 기록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고립에 이르기 쉬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선 먼저 '고립 예방'을 위한 조기 발굴 및 지원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최근 지자체에선 고독사 예방 사업과 1인 가구 지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고독사 예방 대책을 매년 수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0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복지재단에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센터'를 설치해 사회적 고립 가구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지원을 거부하는 고립 가구는 지역 복지관이 직접 도시락 배달을 가며 '문고리 대화'로 서서히 유대감을 쌓아 설득하는 등 지역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에 주력했다.
시는 한동네에 오래 살면서 부녀회장, 통장 등을 맡았던 지역 주민들을 모아 꾸린 '우리동네돌봄단'도 지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돌봄단은 고독사 위험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거나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동네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위험 가구 등 취약계층 주민·1인 가구를 대상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
송인주 서울복지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 고립을 스스로 이겨낼 힘이 있거나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중에서도 고립이 만성화됐거나 (고립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발견하는 체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사회, 복지기관, 지자체 등 여러 방면에서 고립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사람들은 더 숨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주로 이웃이나 집주인 등 가까운 사람들이 발견해서 지자체‧복지단체에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이웃 간 서로 살피는 '눈'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립된 사람들을 사전에 발굴하는 것과 더불어 그에 맞는 정책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신고해서 지원 정책을 연결했을 때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생계비‧의료비 지원, 상담, 이웃 사람 간의 관계망 등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립자들을 알아보기 위해선 주민의 관심과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지역 사회에서 관심받는 게 당연한 분위기를 만드는 '주민관계망'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주민 공간과 주민 모임, 주민 활동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생애주기별로 다른 인구 특성 고려해야

수도권에 비해 지방 지역은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자원이나 사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별 차이 없이 고독사 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고 관리하는 공통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마다 인구 특성, 양상이 다르다. 지방으로 갈수록 1인 가구가 많은데 보통 지방의 1인 가구는 노인들이다"라며 "도서 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삶의 양식과 수도권 내 청년‧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의 양식은 완전히 다르다.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거기(지방)도 정책이 많이 필요하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농촌이나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의 연령대와 욕구에 적합한 고립 예방 사업‧1인 가구 지원 서비스 등을 개발해야 한다"며 "도서나 농촌 지역은 주로 노인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노인 돌봄에 대한 지원 체계를 위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호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지역·인구 특성에 맞는 고독사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 동구 지역은 40~64세인 1인 가구가 8977명, 기초수급 1인 가구는 1397명에 달하는 등 타 자치구에 비해 중장년층 및 취약 1인 가구가 많다. 이에 중장년층 1인 가구의 건강생활 지원을 위한 '들랑날랑 모두의 공간 커뮤니티 케어'와 '똑똑! 동구 안심돌봄단' 등을 운영하고 도시락 나눔·안부 살핌 등을 통해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스마트 워치'를 보급해 치매 어르신 사고방지와 고독사 등을 조기 발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서, 경찰서, 관내 병원과 연계를 통해 어르신의 실시간 신체·정신건강 정보를 공유하고 응급상황 등에 신속한 대응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각 읍·면에서 집 청소 및 정리 수납 서비스, 건강음료 지원사업, 취약계층 방문 건강관리 사업 등을 추진하며 어르신 대상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생애주기별로 고독사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기존 제도에서 누락된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노동력이 충분한 중년층에겐 직업훈련이나 재교육 등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고립‧고독사 예방에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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