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기 덕분에 과도한 이익 얻어”
로또 당첨자, 유튜버에겐 없는 횡재세
‘부당·부도덕’ 내포한 표현···위헌 소지도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한 가운데 프레임 자체가 악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이라기보다는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개념이 이름에서부터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한 가운데 프레임 자체가 악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이라기보다는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개념이 이름에서부터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한 가운데 프레임 자체가 악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이라기보다는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개념이 이름에서부터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특수를 본 마스크 회사나 제약회사 등 다른 업종에는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에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얻은 은행 수익에 대해서만 유독 시장경제에 어긋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말 자체가 웃긴다. 정치권은 시장 개입해선 안 된다. 은행이 어려울 땐 정부가 돕지 않는다. 오히려 가차 없이 구조조정을 하라 한다. 그런데 이익이 있을 땐 횡재했으니, 돈을 내라? 이거야말로 불공평하지 않나.”

4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은행에 적용하려는 초과이윤세, 이른바 ‘횡재세’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최 교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인 JP모건이나 씨티은행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면서 “또 은행과 정유사만 이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모든 업종에 다 적용하면 모를까. 코로나19로 수익 많이 본 마스크 회사나 제약회사에는 횡재세 매기겠다는 소리 없지 않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횡재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안과 김성주 의원 안 두 개다. /연합뉴스
횡재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안과 김성주 의원 안 두 개다. /연합뉴스

현재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안과 김성주 의원 안 두 개다. 민병덕 의원 안은 은행의 순이자수익이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2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김성주 의원 안은 순이자수익이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최대 40%까지 '상생 금융 기여금'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횡재세는 위헌 소지가 있다. 최 교수는 “과세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일부 유럽 국가의 횡재세 도입도 결국 포퓰리즘에 의한 정책이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심리와 혁신을 막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고금리로 인한 수익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는 지금같이 은행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했다. 작년 6월부터 총 4번 연속 단행했고 16개월간 총 525bp(1bp=0.01%) 금리를 인상했다.

이 기간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총 300bp 금리를 올렸다. 미국과 금리 역전 차를 막아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시중은행의 이자율을 끌어올렸다. 결국 은행은 작년 역대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총 300bp 금리를 올렸다. 미국과 금리 역전 차를 막아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시중은행의 이자율을 끌어올렸다.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총 300bp 금리를 올렸다. 미국과 금리 역전 차를 막아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시중은행의 이자율을 끌어올렸다. /최주연 기자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올리면서 고금리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은행에서 안 올리면 한은 통화정책이 먹힐 수 없다”면서 “금리 올리고 우연한 사정으로 수익이 난 건데 세금을 환수한다는 건 이익 내지 말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프레임 자체가 은행에 불리
유튜버·축구선수에도 횡재세?

전문가들은 횡재세라는 표현 자체가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레임부터 잘못됐다.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못하다는 뜻이 이미 내포돼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돈 많이 벌었으니 횡재세 내라고 안 하지 않나. 로또 당첨자나 유튜버, 연예인, 축구선수 같이 자기 노력으로 일군 고소득자에게도 횡재세 논란은 불거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한쪽에 부가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라면서 “다만 은행이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은행이 고수익을 낼 때마다 ‘공공재’, ‘돈 잔치’와 같은 비난은 은행의 약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장은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이자 장사’, ‘종노릇’과 같은 발언을 지속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8월부터 횡재세 부과에 대해 언급하며 금융권 전체에 압박을 가했다.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똑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데 힘센 사람이 대가랍시고 뜯어가는 것을 자릿세라 부른다. 그 자리에서 누리는 혜택 일부를 모두를 위해 쓰자고 합의를 거쳐서 제도를 만들면 그게 바로 세금”이라면서 횡재세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은행이 고수익을 낼 때마다 ‘공공재’, ‘돈 잔치’와 같은 비난은 은행의 약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은행이 고수익을 낼 때마다 ‘공공재’, ‘돈 잔치’와 같은 비난은 은행의 약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리는 사람은 약자, 빌려주는 사람은 강자라는 프레임은 은행에 쉽게 씌울 수 있다. 금융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소수, 비용을 내는 사람은 다수이기 때문이다”라면서 “관치금융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가 은행에 금융업을 할 라이센스를 줬고 이 때문에 은행이 편하게 돈 벌면서 독점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금융회사 운영하면 100% 실패한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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