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험과 괴리된 '갈라파고스' 시험
공무원-민간 채용시험 간 호환성 높여

2025년부터 9급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한 국어·영어 필기시험이 암기 위주에서 추론형 등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된다.
5급과 7급 공무원 시험은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해서 공통 직무역량에 대한 심층 평가 체계가 가능해졌지만, 9급 시험의 경우 일부 암기 위주의 시험이 남아있었다. 아울러 다른 민간 시험과 괴리된 '갈라파고스화' 된 시험으로 호환성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사혁신처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9급 공무원 필기시험 국어·영어 과목의 출제 기조를 현행 지식 암기 위주에서 직무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호 인사처 차장은 "이번 출제 기조 전환으로 공직에 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한편, 공무원 시험과 민간 채용 시험 간 호환성을 높여 청년들의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험 난이도에 대해서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절하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시험 준비 부담은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별력을 의식해서 누구도 풀 수 없는 극도로 높은 난도의 문제는 출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제 과정에서 전년도 합격생 100여명이 같이 합숙하면서 예비 테스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수험생들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로 맞춰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어 과목 개편의 경우 기본적인 국어 능력과 이해·추론·비판력과 같은 사고력을 검증한다. 기존 국어 시험은 옳은 외래어 표기나 합성어 구분 등 국어 문법을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주로 출제됐다. 앞으로는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지문 속 정보를 활용해 풀 수 있는 문제를 낼 계획이다.
영어 과목 역시 실제 활용도가 낮은 어휘·어법보다는 이메일·안내문 등 업무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출제 기조를 바꾼다. 국어·영어 신유형은 민간 기업의 직무적성 검사와 NCS 직업 기초능력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텝스(TEPS)·토익(TOEIC) 등 민간 어학 시험 등을 분석해 마련한다.
신유형 예시 문제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 누리집에 공개해 수험생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인사처 유튜브에는 수험생 안내 영상도 게시한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경쟁률은 22.8대 1로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인사처는 종합적 사고력과 실용적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 이번 출제 기조 전환으로 공직에 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고, 공무원과 민간 부문 채용시험 간 호환성을 높여 청년들의 시험 준비 부담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 더욱더 지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차장은 "민간 채용 시험 간 호환성이 커지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중 민간 부문이나 공공기관 취업으로 빠져나가는 인력도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민간 부문 취업을 준비하다가 공직 시험으로 유입되는 인력도 있을 것"이라며 "공직 지원 인력이 조금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