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쪼개기로 사업경쟁력 약화
회장 임기 말 외유성 해외 출장 집중
"직원이 번 돈으로 낙하산 억대 성과급"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2022년 10월 내일이룸학교 기능대회 및 벼룩시장(플리마켓)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2022년 10월 내일이룸학교 기능대회 및 벼룩시장(플리마켓)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안완기 회장 부임 이후 '부서 쪼개기'를 통한 조직 방만 운영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본부의 무리한 확대 및 보직 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가운데 기관장 성과급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눠먹기를 하고 있어 내부 직원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PC는 당초 본부(소)가 8개, 단이 3개, 센터·팀이 33개로 구성돼 있었다. 이후 안 회장 지시에 의해 현재는 본부(소) 14개, 센터·팀 34개로 재편돼 운영 중이다. 지역본부 4개와 연수원 1개는 동일하다.

전체 직원 수의 변화는 없으나 문제는 본부장 자리가 6개나 증가한 점이다. 또한 1개 센터만 있는 옥상옥 형태의 본부(미래경영본부)도 존재하며 1~2개로 존재하는 본부(실)가 7개에 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에 무리한 조직 쪼개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KPC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조직 비대화로 비용이 상승돼 사업경쟁력은 약화됐다"며 "사업수행이 직접 수행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하청형태로만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이 한 쪽으로 몰릴 때는 분담해서 하는 게 가능한데 안 회장이 '모든 부서는 1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기준으로 쪼갠다"며 "그러면 넘치게 받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하청을 주고 원래 해야 될 품질 관리를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완기 회장 체제에서 생긴 비정상적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 회장은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데 6개월 전인 지난 9월 외유성 해외출장 계획을 집중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9월 인도네시아·일본 △10월 터키 △11월 프랑스 등이다.

안 회장은 사내 일각에서 일명 ‘12층’이라고 불리는 최측근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대동하게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12층 보직자 및 주요담당직원 전원만 해외연수 보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KPC 해외팀 관계자는 본지에 "여러 가지 해외 쪽이랑 같이 컨소시엄을 맺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니까 업무상 잡힌 것 같다"며 "임기 말 계획이 집중 수립된 건 코로나가 끝나고 미뤄뒀던 걸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고, 동행자가 12층 위주라는 건 위치상 보좌하는 분들이 가까이 있는 건데 업무 관련성 여부를 따져봐야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KPC 연간 성과급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불투명한 성과급 배분 기준으로 인해 특정 기관장은 돈 잔치를 벌이고 나머지 인원은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안 회장의 경우 외부에 성과급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의 3억원 규모로 수령했는데, 이는 타 금융 공기업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예산 군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차년도 사업 경영악화가 확실함에도 유보금 적립 등 없이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하려고 추진 중이라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그동안 쌓인 유보금도 코로나 기간 중 모두 사용해 내부에서 ‘먹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내에서 정한 성과급 배분 산식이 있으나 무용지물이며, 비공개로 진행되는 기획 부서의 임의 가중치 적용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조차 본인의 성과급을 계산하기 불가한 상황이다.

KPC는 성과급 확대를 투명하게 결정한 은행권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본급 300% 수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노사 간 합의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성과상여금 중 150%는 2월 첫 영업일에 지급하며, 잔여 성과상여금은 전년도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2018년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한 KPC 직원은 "낙하산이 무슨 권리로 억대 성과급 가져가고 우리는 임금 인상률 1~2%로 마음 졸이는가"라며 "낙하산은 우리가 번 돈으로 골프 치고 밥 사 먹고 프레스티지 항공권으로 해외여행 가는데 우리는 출장 갈 때 시외버스 구겨 타고 모텔에서 구질구질, 손절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지는 조직 운영과 성과급 배분을 문의하기 위해 KPC 담당 부서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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