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 탐구]
노출 없어 '공연음란' 아닐 가능성
판결 시 '참여자·목격자 반응' 중요

압구정 박스녀 '아인' 유튜브 동영상 캡처. / 유튜브
압구정 박스녀 '아인' 유튜브 동영상 캡처. / 유튜브

지난 13일 압구정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구멍 뚫린 박스만 걸친 채 활보하며 행인들에게 신체 일부를 만져보게 했다. 박스 겉면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하면 여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여성은 성인 모델 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아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댓글난에서는 '지방도 좀 와주세요'라며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댓글, '선 넘었네'라며 불쾌해하는 댓글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저러면 감옥 안 가나', '저건 성범죄 아닌가'라며 아인이 받을 법적 처분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도 있다. 

몇몇 시청자는 '당연히 공연음란죄'라며 '저건 성범죄'라고 단언했다. 여성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아인의 퍼포먼스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봤다.

공연음란죄는 형법 제245조에 해당하는 행위로 형법 제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경제신문의 팩트체크 결과 아인의 행위는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창현 교수는 "공연음란죄는 불특정다수가 성기나 성행위 장면 등을 볼 수 있을 때 성립된다"면서 "이 퍼포먼스의 경우 외관상으로는 나신이 가려진 상태서 진행됐고 성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연음란죄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 퍼포먼스가)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처벌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타인에게 불쾌감 준다면 경범죄 해당
10년 전 엉덩이 노출 사건 판례 동일 

전문가는 이번 압구정 박스녀 사건이 경범죄 처벌법에 저촉될 가능성에 입을 모았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공연음란죄와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 죄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에 의해 구분된다.

이는 10여 년 전 벌어진 ‘엉덩이 노출’ 사건 판례에서 적용할 수 있다. 당시 대법원은 주차 문제로 다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찾아가 엉덩이를 노출한 사건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바지와 팬티를 내려 엉덩이를 보였지만 피해자가 성기는 볼 수 없었던 점, 보는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고 성욕을 자극하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지는 않은 점을 참작해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신에 대법원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에 해당할 뿐”이라면서 “(만일) 그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면 형법 제245조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번 압구정 노출 사례와 관련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영기 교수는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있어 해롭지 아니할 경우 죄가 아니다"라면서 "판결 시 신체 일부를 만졌던 사람과 그 상황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2년 7월 상의를 탈의한 남성과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 일대를 질주한 사건이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 죄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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