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한우 코스···"비싼데 맛도 없어"
'착한 가격 캠페인' 효과 없나?
문체부 "지자체 주관, 간섭 어려워"
'횡성한우축제'의 '15만원 오마카세 미식파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부터 5일간 횡성종합운동장에서는 '제19회 횡성한우축제'가 열렸다. '횡성한우축제'는 횡성군의 지역 특산품인 한우를 널리 알리는 축제로 2004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20년째 명맥을 이어오는 국내 대규모 축제 중 하나다.
'제19회 횡성한우축제'에는 13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 논란이 된 것은 '횡성한우 미식파티(이하 미식파티)'. '횡성한우축제' 홈페이지는 '미식파티'가 횡성 지역 생산 농산물로 만든 6가지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오마카세' 스타일 코스 요리라고 설명했다. 코스에는 '횡성 청정지역에서 자란 1등급 한우 안심스테이크', '횡성한우 라구 볼로네제 타코', '사과장 소스 차돌박이 비빔밥' 등이 포함되었다.
6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육류 리뷰 전문 크리에이터 '정육왕'은 지난 12일 이 '미식파티'에 참석한 동영상을 채널에 업로드했다. 동영상 제목은 '인당 15만원 인생 최악의 한우 오마카세'. 그는 전채 '횡성 옥수수를 곁들인 단호박 스프'부터 '15만원짜리 구성에 나오면 안 되는 수프'라고 평가했다. '횡성한우 라구 볼로네제 타코'에 관해서는 '빵(타코)이 무슨 스펀지 먹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고 '사과장 소스 차돌박이 비빔밥'을 맛보면서는 '(밥이 다 식어서) 비벼지지도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메인 요리 '횡성 청정지역에서 자란 1등급 한우 안심스테이크'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육왕은 요리가 나오자마자 '마이야르 반응도 전혀 없고 오버쿡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여 갈색으로 변하면서 감칠맛과 풍미가 더해지는 현상으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의 겉면을 나이프나 포크로 긁어보았을 때 딱딱하면서 거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정육왕은 스테이크에서 즉석식품 맛이 난다면서 '웬만하면 한우를 맛없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한우를 맛없게 먹은 것 같다', '아쉬운 수준을 넘었다'고 혹평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이 오마카세 미식파티가 횡성한우축제의 위상을 떨어트릴 것 같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동영상의 댓글난에는 다른 이용객도 후기를 남겼다. 이용객 F씨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며 '운동장 한복판에 가림막도 안 세워줘서 동물원 원숭이처럼'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스테이크는 웰던 그 이상, 장조림 수준으로 지방층이 모두 녹아버려서 퍽퍽했다', '100% 미리 만들어 놓았는지 매우 차가웠다'며 불만을 표했다. 시청자들은 '나도 한우 참 좋아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15만원인데... 이렇게까지 조잡한 코스 요리는 처음 본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횡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는 6만2404마리, 사육 농가는 1375 농가 이상이다. '횡성한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하는 지리적표시제에 17호로 등록된 우리나라의 대표적 한우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리적표시제란 상품의 명성과 품질이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 또는 생산자 노력의 결과로 나타났을 때 해당 지역명을 포함한 상품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횡성한우축제'의 주최·주관은 횡성군청과 횡성문화관광재단. 횡성문화관광재단은 횡성군청의 출연재단으로 이곳의 이사장은 횡성군수다.
지난 6월 불거졌던 영양시장 전통 과자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착한 가격 캠페인'을 추진했다. '착한 가격 캠페인'은 문체부 산하의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지역 축제 대표 먹거리의 가격 정보를 고지하는 캠페인이다. 문체부는 또한 '바가지요금 논란'이 이는 지역 축제는 내년 '문화관광축제' 인증과 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문화관광축제'란 문체부가 '전국의 전통문화와 독특한 주제를 배경으로 한 지역축제 중 관광 상품성이 큰 축제'를 대상으로 지원·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다. 선정은 격년으로 이루어지며 선정위원회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선정 기준에는 '축제 프로그램 등 콘텐츠, 축제 운영, 발전 가능성' 등이 있다.
'횡성한우축제'는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축제였다.
많은 이용객이 '횡성한우축제 미식파티'의 가격 대비 품질 문제를 지적했는데 문체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문체부 국내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축제의 경우 문체부의 권한이 적다"라고 말했다. 지역 축제에 쓰이는 예산 대부분은 지자체에서 충당하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시정명령 등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횡성한우축제 미식파티'의 경우 축제에 입점한 상인의 부스에서 판매된 상품이 아닌 주최 측이 직접 주관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관계로 '착한 먹거리 캠페인' 정보 고지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문화관광축제' 선정 시에는 '횡성한우축제'에 일었던 '바가지요금 논란'이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