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노인 공간적으로 분리 돼
단절 깊어지면 세대 간 갈등 심화
세대 소통 가능 사회적 공간 절실

청년과 노인이 손을 맞잡은 모습. /연합뉴스
청년과 노인이 손을 맞잡은 모습. /연합뉴스

#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81세 한열희 씨는 여느 젊은 층과 같이 친구들과 카페 가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아무 카페나 가지 않는다. 그는 '넓고 사람 많은' 대형 카페만 골라 간다. 바쁘게 운영되는 큰 카페에서는 그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노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특정 장소가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라인, 종로 일대, 탑골공원이다. 반면 젊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동네도 정해져 있다. 강남이나 성수 등 일명 '핫플'로 불리는 '인스타 감성' 카페들이 모인 곳이다. 

평소 친구들과 카페 가기를 즐기는 한열희 씨(여·81)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카페를 갈 때 분위기를 보고 골라서 간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거나 공간이 협소하면 친구들과 오래 앉아서 얘기하기 눈치 보인다"고 토로했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카페 분위기를 망칠까 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노인인 고객에게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길다. 젊은 고객이 안 온다"며 고객의 나이를 탓하는 듯한 쪽지를 건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에는 한 대형 쇼핑몰 카페에서 20대 고객들이 60대 고객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한 사실도 있었다. 20대 고객 두 명은 60대 고객에게 "카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며 "지금 자리가 꽉 찼는데 일어나주면 안 되냐"고 말한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해 해당 행동을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은 노인이 갈 수 있는 곳과 청년이 갈 수 있는 곳이 구분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카페에서 젊은 층과 노년층이 섞여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노인 공간'을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연령에 따라 사회 진입과 은퇴 등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할지 구분되는 '연령분절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은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노년기가 길어지는 사회에서는 나이가 기준이 되지 않는 '연령통합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세대가 모이는 장소가 구분되는 등 세대 간 사회적 접촉이 부족하면 연대가 어렵고 타 세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강화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청·장년의 88%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청·장년층과 노인층 간 교류가 원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문항에 대해 단 25%만 동의했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노인을 '소통 불가능한 존재'로 여기고 있고 현대사회에서 노인 세대와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사회적으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직접 접촉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순둘 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령 통합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나이'로 인해 배제되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라며 장·노년층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나이에 구애받는 직업 체계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나이에 맞게 유연한 노동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한다면 청년과 노년의 사회적 접촉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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