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급등→예금금리·조달 비용 상승
대출금리 20% 고정···예대마진 확보 곤란
대손충당금 더 쌓으니 2Q 순익 95% 급감
하반기 불확실성 상당···당국은 “개선될 것”

“하반기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품고는 있긴 하지만 기준금리는 그대로고 대외 경제 상황은 변함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상반기보다도 불확실성은 더 크다고 봅니다. 좋아질 거라는 말은 희망 사항입니다.” (A 저축은행 관계자)

2년 전부터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에 예·적금 금리도 덩달아 상승했다. 저축은행은 고객에게 대출할 자금을 다른 고객의 예·적금으로 조달한다. 2년여간 이 비용이 제동장치 없이 올랐다. 그러나 법정최고금리에 막혀 대출 금리는 조달 비용 상승 폭만큼 올릴 수 없다. 또 저축은행 특성상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리스크에 대비한 자금인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1년 전과 비교해 저축은행 순수익은 거의 100% 쪼그라들었다. 5대 시중은행이 최대 수익을 냈던 올해 상반기, 5대 저축은행은 앓아누웠다. 대체적인 업계와 시장 반응과 달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제2금융권 업황이 더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순수익은 거의 100% 쪼그라들었다. 법정최고금리에 막혀 조달 비용 상승 폭만큼 대출 금리를 시중은행처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순수익은 거의 100% 쪼그라들었다. 법정최고금리에 막혀 조달 비용 상승 폭만큼 대출 금리를 시중은행처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12일 여성경제신문이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각 사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총 순이익은 102억원으로 작년 동기(1907억원) 대비 1805억원(94.7%) 급락했다. 개별 은행으로 보면 SBI저축은행은 795억원 감소(863→68억원)했고, OK저축은행은 244억원(403→159억원), 웰컴저축은행은 93억원(249→156억원), 페퍼저축은행은 372억원(196→-176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01억원(196→-105억원) 감소했다. 이중 페퍼저축과 한국투자가 적자 전환했다.

더 비싸게 빌려 싸게 빌려주니 순익 뚝
대출금리 20% 제한 저축은행 업황 곤란

순익 감소는 조달 비용 증가가 결정적 요인이다. 기준금리 상승에 예·적금 금리도 상승했고 이자 비용은 2391억원에서 5063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 약 112% 더 내줬다.

순익 감소는 조달 비용 증가가 결정적 요인이다. /최주연 기자
순익 감소는 조달 비용 증가가 결정적 요인이다. /최주연 기자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데 대출 금리는 제한해 묶어 놓으니 예대 마진 확보가 쉽지 않고 순수익 마이너스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런 이유로 전 업권에서 ‘법정최고금리연동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금리는 올라가는데 대출 최고금리는 막힌 상황에서 아무래도 영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법정최고금리연동제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제도다. 2금융권은 고금리 시기에도 대출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융업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즉 현행법상 대출금리가 20%를 넘어서면 불법이다. 이런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과 저축은행 순익 급감은 예고된 일이었다. 고객의 예·적금이 주요 자금 조달처인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는 오르는데 반대로 대출금리는 그만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비싸게 돈을 빌려서는 이전과 같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고금리 시기 사상 최대 수익을 낸 시중은행과 다른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시중은행 상황과 다른 이유는 대출 최고금리 20% 제한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원래도 대출금리가 높아 봤자 7~8%였다. 조달금리가 3% 오른다고 치면 어차피 남아있는 공간이 있으니 대출 금리를 금리 오른 만큼 올리는 거다. 그래봤자 10% 안팎이니 손실이 없다”라면서 “그러나 2금융권이나 카드, 캐피탈 회사는 상한선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연합회가 공시한 국내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금리는 최소 9%에서 최고 19%대까지다.(2분기 기준) 2금융권은 1금융권에 비해 점포 수가 적고 전산 인프라 구축 등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특히 엄격한 대출 기준을 따르는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리스크에 대비해 더 높은 이자율을 부과한다.

고금리 상품 팔다 보니 대손충당금 더 쌓아
“거시경제 달렸다 vs 부실채권 매각 확대”

대출금리가 최대한도 직전까지 올라가다 보니 대손충당금도 더 쌓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상한선 밑에 중금리 대출이라는 상품이 있는데 금리가 17%쯤 된다. 이를 넘어서면 고금리 상품인데 이 경우 대출 나간 돈의 5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면서 “원래 17% 금리로 대출받았던 고객이 있다고 가정할 때 조달금리가 3% 올랐다고 가정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해 드리기 곤란해진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5대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불어났다. 올해 2분기에 쌓은 대손충당금은 2조6117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3605억원) 대비 2512억원(10.6%) 증가했다. 업계 순이익 감소 요인 중 하나다.

고금리 상황에 연체율도 증가했다. 2분기 평균 연체율은 5.1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2.54%)보다 2.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저축은행이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돈 빌려주기를 꺼리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신용대출액(17조2000억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대부업체도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4조1000억원)에 비해 4분의 1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올 상반기만 가계신용대출 신규금액은 6000억원인데 이 추세로 간다면 올해 1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는 하반기도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 본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업황은 은행이 영업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거시경제 이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러나 경기도 사이클이 있으니 회복될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실적 하락과 관련해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실적 하락과 관련해 하반기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실적 하락과 관련해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올해 2분기 들어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가 축소되고, 연체율도 연체채권 정리를 상·매각하며 상승 폭이 둔화했다”면서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부실채권 매각 확대와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등으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수신금리가 하향 조정되면서 업황이 더 좋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적자 나는 회사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본다. 비용 감소가 관건인데, 고금리로 받았던 정기 예금들이 올해 3분기에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고금리 정기 예금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전체 수신 평균 금리가 낮아질 것이고 결국 저축은행 대출 여력도 나아질 것이다”라면서 “한쪽에서 이자 비용이 감소하고 한쪽에선 대출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이에 대한 이자 수익이 증가하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본격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봤다. 한신평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고 올해도 조달 비용 증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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