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 지분 한 주 없는 태광, 상법 위배?
5.8% 지분 보유 트러스톤 소송불사 입장
부인하는 태광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아”

태광산업 주주와 시민단체가 흥국생명이 추진하는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 여부와 관련해 반발하고 나섰다. 태광의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지분 관계가 없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상법 등에 위배된다며 태광산업 이사진에게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에 회사 측이 계획하는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위배된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지분의 5.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내일(14일)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톤 측은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서는 상장회사가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므로,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상법에서 금지하는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여기에 찬성한 태광산업 이사는 상법 제624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상법 제634조의3에 따라 태광산업 또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게 트러스톤 측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것.
태광의 유상증자 참여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라는 지적도 내놨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해당 계열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제3자가 인수하지 않을 정도의 고가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 ‘계열회사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한다.
트러스톤은 “이번 유상증자의 거래조건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흥국생명 내부 상황과 높은 시장금리를 고려하면 이번 신주 발행이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외부 제3자의 인수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와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시민단체들도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는데, 자금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
지난 1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이 표면적으로는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긴 하나,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동일한 지배주주를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왜 태광산업이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런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100% 보유한 비상장사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모회사인 태광산업의 지분 29.45%, 조카인 이원준씨가 7.49%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54.5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트러스톤 및 시민단체는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개인을 위해 부당지원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흥국생명 사태 상환 지원하려는 태광
“확정된 것 없어 이사회도 사실과 달라”
이와 관련해 태광산업은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예정됐다고 알려진 이사회 개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사회 날짜도 유상증자 계획도 뭐하나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트러스톤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모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는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5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고금리 영향으로 신규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금융시장에 혼란을 막기 위해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5600억원 중 4000억원을 시중은행에 RP(환매조건부채권)를 통해 긴급 지원받았다. 이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태광산업이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트러스톤이 문제를 제기 하는 계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