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안 나타나 현장에선 당황
달러 맞선 공동통화 발표는 포기한 듯

브릭스 제15차 정상회의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带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대한 지원을 옹호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었던 비즈니스 포럼에 불참했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교적 일찍 도착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양자 회담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날 브릭스 주요 행사인 비즈니스포럼 참석 및 연설을 돌연 생략했다.
이날 현장에선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시 주석을 대신했다. 그는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연설문을 낭독하게 돼 큰 영광"이라면서 이른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핵심 개념으로 부지하는 연설문을 읽었다.
중국 버전의 동반성장, 소득주도성장론이라 할 수 있는 공동부유는 '전체 인민이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돕는 것을 통해 보편적으로 생활이 풍족하고 정신적으로 자부심이 넘치며 살고 일하기 좋은 환경과 조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고, 공공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도록 추진한다'는 의미다.
앞서 마오쩌둥은 공동부류를 촉진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권을 공고히 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한 바 있고 덩샤오핑은 먼저 부유해진 사람들(先富)이 나중에 부유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끌어 주어 최종적으로 공동부유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는 마르크스 주의를 전통문화에 이식해 중국식 현대화를 추구하는 개념으로 발전됐다.
미리 작성된 연설문엔 미국과 서방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도 담겼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는 패권 상실을 용납하지 않고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제멋대로 견제하고 탄압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등불을 끄는 것이 자신을 더 밝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 대통령과 면담까지 소화한 시 주석이 예고도 없이 저녁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현장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사우스모닝포스트차이나는 "시 주석이 포럼을 건너뛴 것에 대해 설명이 없다"며 "현장 관계자들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비즈니스포럼은 브릭스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회원국 간 교역에서 달러화 비중을 낮추고 현지 통화를 늘리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당초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 새로운 브릭스 공동 통화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인도와 브라질이 미국과 전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남아공에 따르면 이번 행사 개최 이전까지 브릭스 가입 희망 의사를 표명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23개국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