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김범수 대표로 향하는 칼끝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방해 혐의
이복현 금감원장 실체 규명 자신감

중동 오일머니의 힘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업계 최강자 자리를 노리던 카카오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시세 조종 의혹 수사가 김범수 창업자까지로 향하면서다.
11일 금융감독원(금감원) 등에 따르면 전날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M&A)전에서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부터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해 지난 4월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본사를 압수 수색한 바 있다.
지난 2월 중순 카카오 인수를 위한 공개 매수를 진행하던 하이브는 금감원에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시세조종으로 의심되는 SM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카카오가 투자에 참여한 적 있는 헬리오스 사모펀드(PE) 계열의 기타 법인이 2월 16일과 28일 시분할 주문(Careful Discretion; CD) 방식으로 SM 주식 2381만401주를 끌어모으면서 지분율을 4.6%까지 높인 것이 주가 상승을 유도해 공개매수를 방해한 혐의다.
지난 2월의 상황을 복기하면 카카오가 SM의 제2대 주주가 되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등으로부터 제3자 배정 방식의 투자를 받은 자금을 활용해 턱없이 낮은 신주 인수가(주당 9만1000원)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합병(M&A)을 계획한 것이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자칫 직접 공개 매수에 나섰다가는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그전에 주가라도 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며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 발 CJ그룹 참전설이 대표적"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카오 덩치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법룰 리스크, 북미 진출 숙제 수두룩
하이브의 신고가 접수되자 금감원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으면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 주요 임원이 SM엔터 공개 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브가 중도 포기한 덕에 국내 1위 음원 회사를 인수한 카카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인건비는 4718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카카오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동의 피 묻은 돈으로 시세조종을 벌였다는 이미지가 겹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사우디 국부펀드가 보유한 LIV골프가 PGA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독점법(antitrust laws) 적용에 나섰다. 경제 안보의 영역을 스포츠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까지 넓힌 것이다.
지금껏 카카오엔터는 북미 진출을 위해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6년부터 타파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고 2021년 5월 약 6000억원을 들여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타파스는 MAU 300만 이상·현지 작가 작품 9만여 작·80개 이상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플랫폼이 됐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수사에 줄곧 의욕을 보여 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역량을 집중해 자료 분석과 조사 등을 진행 중"이라며 "생각보다는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만큼 조만간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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