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기념관 건립 만세로 일단 뭉친 셋
1948년 건국론 둘러싼 치열한 심리전
윤석열·이종찬·박민식 8·15 메시지 촉각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찬 광복회장 그리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승만 기념관 조기 건립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총 460억원으로 전망되는 예산을 내년부터 반영시켜 집행하겠다는 의지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8·15 광복절을 앞두고 관계 기관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에게 "김황식 전 총리가 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복수의 참가자들이 전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지난 6월 29일 발족한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은 윤 대통령이 이같이 말하자 이 회장은 "이승만 기념관 설립에 대찬성이다.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라고 답했다.
다만 건국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 차이가 여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에서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왕정 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도 아니었고,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며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강조면서 사실상 1948년 건국론을 전개했다.
반면 이 회장은 지난 1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개최에 앞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려 한다"고 밝히면서 1948년 건국 부정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국민 성금에만 맡길 게 아니라 보훈부 등 정부가 중심을 잡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기념관 설립뿐만 아니라 운영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언급해 복선을 깔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광복군 출신으로 6·25전쟁에도 참전한 김영관(99) 애국지사를 모시고 오찬장에 함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사에서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은 오는 8월 15일 광복절 행사장에서도 의전 서열 1~2위로 마주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1919년 대한민국 원년 설을 주장해 온 이 회장은 올해 광복절이 78주년이라면서 1948년 건국 부정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사전 모임에서 독립운동을 통해 완성된 건국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역사관이 드러나면서 광복을 둘러싼 양측의 개념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