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협상 또 연기
정부는 가격 인상 자제 권고
유업계, 저출산·원가 상승 부담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연간 우윳값을 결정짓는 원유가격 조정 협상이 또다시 미뤄졌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조만간 우윳값이 얼마나 오를지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19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24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협상에서도 낙농가는 사료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협상 범위에서 최대 가격 인상을, 유업계는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최저가격 인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원윳값 상승은 낙농가 생산비 상승으로 사실상 예정된 상황인 만큼, 이번 협상의 최대 관심사는 인상 폭이었다. 음용유의 협상 범위는 리터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이다. 이는 지난달 중순 정부가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재편하면서 제시된 수치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유업계는 흰 우유의 소비자 가격을 2600원 대에서 2800원대로 인상했다. 올해는 인상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유 가격이 ℓ당 1000원이 넘으면 흰 우유 1ℓ의 소비자 가격은 3000원을 넘길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우유 물가는 이미 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5월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우유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9.1% 오른 116.59다. 2014년 8월(11.4%)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과 비교하더라도 우유 평균 대비 상승 폭은 약 2.7배 불어났다.

정부는 물가 잡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다음 주로 미뤄진 가격 협상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솔직히 그때도 결과 발표가 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압박 속에 유업계는 아우성이다. 저출산으로 수요가 떨어져 전반적인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 원재료 부담까지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고충이다.

낙농가도 울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젖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kg당 447원에서 지난달 621원으로 39% 가까이 폭등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원유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리터당 원유 가격은 2020년 기준 1083원이지만, 미국은 491원, 유럽은 470원이다.

그동안 한국의 우윳값 결정 구조는 기형적이었다.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연계해 원유 가격을 정해 낙농가의 생산 기반을 보전하는 장치다. 과거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고 원유 가격 협상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에서 2013년 도입됐지만 수요 측면을 고려하지 않아 시장 원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점이었다.

이후, 올해부터는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도입됐다.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것.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생산비 연동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료 가격 폭등과 과도한 우유 유통마진은 해소하지 않고 낙농가의 희생만을 담보하는 불공정 농정은 즉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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