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한규 의원 발언 일파만파
"성별 끄집어내 약자로 전락시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유독 젊은 여성 의원에게 면박을 줬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 논란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당사자들조차 언급하지 않은 성별을 끄집어내 두 의원을 ‘약자’의 위치로 전락시켜 정치 공세 도구로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18일 ‘고공행진’ 블로그를 통해 "한덕수 총리와 고민정, 강선우 의원은 졸지에 행정부의 총리와 입법부의 의원에서 그저 남자, 여자라는 성별만 남은 존재가 되었다"며 "여성이라는 성별을 부각해 옹호하면 마치 약자를 위하는 깨어있는 남성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고루한 인식을 들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백하자면 나 역시 여자라서 늘 피해를 본다는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며 "건강 문제로 승무원 일을 그만둔 뒤 석·박사를 마치고 PI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내가 전문대 출신이라서’, ‘내가 여성이어서’ 무시당하거나 평가절하당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러한 의심은 스스로의 내면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결과 극복의 서사 대신 피해의식의 서사만 강화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사실 김한규 의원의 발언은 우리 정치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사고방식은 아닐 것이다. 우리 정치가 늘 선거 때마다 시도했던 접근이기도 하다"며 "청년의 지지율이 낮으면 황급히 청년 정책을 내놓고, 여성 지지율이 낮으면 여성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다. 가치가 아닌 특정 정체성과 그 집단에 호소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소모적인 ‘약자 프레임’ 전쟁을 멈춰야 한다. 대정부질의 자리에 선 고민정, 강선우라는 여성은 약자가 아닌 ‘국회의원’"이라며 "‘중년 남성’ 정치인이 대신 불쾌하고 화내줘야 할 만큼 유약한 존재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대변인인 김한규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일 내내 대정부질문 자리를 지켰는데 총리 태도 중에 되게 특이한 것은 의원한테 면박 준 대상이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며 "고민정, 강선우, 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서 총리가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셨다"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이제까지 중년 남성 의원에게 여야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대응한 적 있는지 찾아봐 주면 좋겠다"며 "이런 태도는 총리가 개인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공격할 수 있는 대상과 아닌 대상을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하는 게 아닌가. 중년 남성으로서 불쾌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