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정직 1개월 처분
피해자만 강요된 부서 이동
이중 처벌 이유로 법 위반
"피해자 의사에 반한 조치"

"15살 이상 차이 나는 유부남이 성추행해도 피해자만 퇴사하는 지마켓"
- 지마켓 내 사내 성추행 피해자 A씨
오픈마켓 업계 내 성범죄가 11번가와 지마켓에서 발생했다. 지마켓은 가해자를 1개월 정직 처분에 그친 반면 11번가는 면직 처분했다.
17일 지마켓에서 사내 성추행으로 퇴사했다고 주장한 A씨가 여성경제신문에 "가해자는 여전히 직위‧직책‧부서를 다 유지하고 있다"며 "성추행에 대한 (징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가 퇴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사내 워크숍에서 발생했다. 팀장이면서 유부남인 B씨는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미혼인 피해자에게 오빠라고 반복적으로 부르라면서 강제로 껴안았다. A씨는 "가해자와 본래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성추행이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마켓은 B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가해자는 여전히 지마켓에 재직 중이다. 반면 A씨는 '업무 중 발생한 성추행으로 인한 질병'의 사유로 퇴사했다.

A씨는 현재 지마켓의 처분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며 가해자와 제대로 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이 확인된 경우 바로 '가해자'에 대해 징계 및 근무 장소의 변경 등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마켓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 A씨에게 복수의 선택권을 줬고 부서 이동을 희망했다. 회사에서 6개의 부서를 제안했다"며 "A씨에게 1개월 유급 특별휴가를 지급했고 복직 후에는 통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할 수 있는 조치는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가해자 B씨가 아닌 피해자 A씨가 부서를 옮기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가해자인 B씨의 부서 이동을 인사팀에 요구했지만 인사팀은 "이미 1개월 정직 처분이 내려진 상황에서 가해자의 부서까지 이동할 시 이중징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고 A씨가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근무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는 법은 '이중 징계' 앞에서 사라졌다.
이뿐 아니라 A씨는 이동한 부서조차도 B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A씨는 "(인사팀에서 제안한) 부서는 가해자와 1년에 수백 통 이상의 메일을 주고받아야 하는 곳"이었다며 "성범죄 고소가 예정된 가해자가 복귀를 앞두자 회사에 대학병원 진단서를 토대로 무급 휴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성범죄 가해자와 같이 일하게 되고 휴직도 거부당하자 사실상 퇴사를 유도당했다"며 "가해자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사실을 보면 과연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진 건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 피해자에게만 부서 이동을 강요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며 "피해자 의사에 반한 조치를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11번가, 성추행 방관자도 징계
가해자엔 정직 1개월‧직책 해제
위메프도 성범죄엔 해고 조치
지마켓 말고도 11번가에서도 지난해 4월 남성 임원이 동료 여성 임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남성 임원은 여성 임원의 주요 신체 부위를 만졌다. 당시 최고경영자급이면서 직속상관도 자리에 있었다. 다만 11번가의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징계의 수위가 지마켓과는 달랐다.
11번가 관계자는 "인사위원회 징계 처분에 따라 성추행 가해자는 정직 1개월 및 직책 보임 해제됐으며 직속상관은 견책됐다"며 "가해자는 징계가 내려진 다음 달에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뿐만 아니라 관리책임에 대해서도 사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했고 회사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의식 개선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임원 외 일부 직원들이 해당 가해자로부터 2014년부터 성희롱 또는 성추행당했다는 제보가 SK그룹윤리경영 채널에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임원은 사내 성추행 사건 이후로 6월 말 이직했다.
오픈마켓인 위메프도 사규에 성범죄 관련 징계 기준을 정하고 있다. △다른 직원에 대하여 강간‧추행 등 성범죄에 대항하는 행위를 한 경우 △동료(상하) 직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유발한 경우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경우 △성관계를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거나 약속하는 경우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징계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위메프는 성범죄에 대해선 중징계로 해고까지 조치하고 있다. 위메프 인사팀 관계자는 “(성범죄) 행위자에 대해선 ‘정직 이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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