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준의 마이골프레시피 78회]
마스터즈 대회 참가 우즈에 시선 집중
니클라우스에 반해 자기관리 아쉬움
주말에 그는 컷을 통과할 수 있을까?

마스터즈의 계절이 돌아왔다.
베일에 싸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1년에 딱 한 번, 페인트론(Patron)이라 불리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한 주간이 바로 이번 주이다. 2023년, 그린 재킷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우승자인 스코티 셰플러와 로리 맥길로이, 존 람 등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승부보다 더 큰 관심은 타이거 우즈가 받고 있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그는 아직도 아버지가 물려준 11년 된 픽업트럭을 몰고 다닌다. 그의 아내조차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셰플러처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그는 겸손하고 소탈하다. 하지만 대중들은 타이거 우즈와 달리 그에게 열광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골프 팬 중 특히 미국의 골프 팬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타이거 우즈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다. 또한 그들은 우즈에게 무척이나 관대하다. 성 추문, 약물중독, 난폭운전 등 비난받아 마땅한 스캔들과 사고 후에도 대다수는 변함없이 그를 추종하며 응원을 보낸다. 다른 선수들에겐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한 그들이 우즈에게만 유독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타이거 우즈의 상징성을 만든 나이키
스포츠 스타가 경기장의 경계를 넘어 대중들의 별이 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운동선수가 아니다. 그들은 대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일종의 사회현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배경에는 선수의 가치를 꿰뚫어 본 매니지먼트와 후원사가 있다.
1997년 프로 데뷔 직후 타이거 우즈와 광고 계약을 맺은 나이키의 첫 번째 작품은 ‘I am Tiger Woods. 내가 타이거 우즈이다’였다. 당시 TV에 방영된 나이키 광고에는 다양한 인종의 어린이들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내가 타이거 우즈라고 외치는 장면이 거듭된다. 광고를 보고 공감한 이들에게 골프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타이거 우즈는 그 꿈의 결정체였다.
Nike | I Am Tiger Woods | Television Commercial | 1997 - YouTube
타이거 우즈는 사회 현상이었다.
2010년 성 추문과 이혼에 따른 스캔들로 그때까지 타이거를 후원하던 각종 기업이 그의 곁을 떠났을 때도 나이키는 우즈의 곁을 지켰다. 당시 나이키 내부에서도 우즈와 손절해야 한다는 의견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를 사회현상으로 만들었고 그 수혜를 톡톡히 입은 나이키가 그를 떠나는 순간, 그때까지 쌓아온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건 아닐까? 그가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하기만 한다면 나이키가 만든 타이거 신드롬은 수십 수백 배의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이키의 판단은 옳았다. 우즈는 보란 듯이 복귀해서 2012년과 2013년에 8승을 올렸다. 그 후 심각한 부상으로 다시 찾아온 4년간의 슬럼프에도 나이키는 끊임없이 후원했고 그 결실은 2019년 마스터즈 우승으로 클라이맥스의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시합 중 통증을 못 이기고 쓰러진 모습, 다리를 절뚝거리며 페어웨이를 천천히 걷는 모습에서 과거에 경기장을 거침없이 누볐던 붉은 티셔츠를 입은 호랑이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중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며 그가 다시 한번 불사신처럼 부활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건 우즈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꿈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타이거 우즈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었고, 그는 스포츠 스타의 경지를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최고의 엘리트 스포츠로서 골프는 오랜 기간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타이거 우즈 이전에도 흑인 출신 프로 골퍼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타이거 우즈처럼 골프장이 아닌 안방의 TV를 통해 미국의 국민 아들이 되지는 못했다. 우즈는 3살 때 미국 최고의 코미디 쇼에 나가서 호스트인 밥 호프와 퍼팅 대결을 벌였다. 이때부터 미국의 골프 마니아와 대중들은 우즈의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멋진 샷을 성공시킨 후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우즈의 거듭되는 일탈과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미디어로 접한 미국의 대중은 그를 차갑게 외면하는 대신 따뜻한 위로와 변함없는 격려를 보냈다. 우즈는 그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곳에 존재하는 억만장자 스포츠 스타이기 이전에 함께 한 시대를 겪으며 성장한 인간이었다.

이런 대중에게 우즈는 실력으로 보답했다. 독보적인 실력과 스타성까지 갖춘 스포츠 영웅은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고, 이를 같은 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환호했다. 타이거 우즈는 그렇게 살아있는 레전드가 되었다.
우즈는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우승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골프에서 쓸데없는 말 중 하나가, ‘그랬다면 어땠을까?’이다. 미스 샷에 대한 후회처럼 시간 낭비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주 마스터즈 대회를 앞두고 이런 가정은 꼭 해보고 싶었다. 타이거 우즈가 잭 니클라우스처럼 40대 후반인 지금까지 자기 관리를 잘했다면 대체 몇 승을 올릴 수 있었을까?
‘샘 스니드의 투어 통산 82승과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의 대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는 타이거 우즈뿐이다’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우즈는 끊임없이 니클라우스와 비교되어 왔다. 타이거 우즈는 만 20세인 1996년에 데뷔해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 PGA 통산 82승(샘 스니드와 최다승 동률)을 올렸다.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대기록은 201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한 승률로도 이룬 성과였다.
우즈의 커리어에서 변곡점이 된 해는 2010년이다. 34세가 됐던 2010년까지 프로 데뷔 후 14년간 그는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PGA투어 72승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전성기와는 반대로, 성 추문과 가정불화로 자성과 재활의 시간을 가진 2010년 이후 지금까지는 12년간 그는 10승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니클라우스는 34세까지 기록한 52승(메이저 12승 포함) 이후로도 46세까지 추가로 23승(메이저 6승 포함)을 챙겼다.
만일 타이거 우즈가 잭 니클라우스와 같이 34세 이후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니클라우스와 비슷한 승률을 올렸다는 가정하에 우즈는 34세 이후 지금까지 총 30승(메이저 7승 포함) 이상을 추가로 거둬 커리어 통산 102승(메이저 21승)이란 기적적인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가정일 수 있지만 해보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동시에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니클라우스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타이거 우즈는 PGA투어에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우즈는 2021년 2월 난폭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같은 해 11월 골프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풀타임으로 프로대회를 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하며, 향후에는 극소수의 대회만 선택해서 출전하겠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마스터즈인 걸 보면 그의 마스터즈 사랑은 여전한 것 같다. 하지만 금주 초 다음과 같은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마스터즈 출전이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실 몇 번을 더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커리어의 바닥을 찍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타이거 우즈는 전 세계 골프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과거 4년간 우승이 없던 그를 보고 나는 그의 컴백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2018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그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었고 다음 해 마스터즈에서는 페이트론으로 방문한 내 앞에서 기적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앞으로 다시 한번 골프의 전설, 타이거 우즈의 귀환은 가능할까?
분명한 건 시간은 더 이상 그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골프 마니아들은 아직 타이거 우즈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번 주 우즈의 선전을 빈다. 그가 컷을 통과하여 일요일 마지막 홀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오상준 아시아골프인문학연구소 대표
한국인 최초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에서 골프코스 설계 부문 석사 및 컬럼비아대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조성공사 등에 참여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과 더CJ컵 국제대회 운영을 담당했으며, 미국 GOLF매거진 세계100대코스 선정위원, 싱가폴 아시아골프산업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골프에세이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을 출간했고, 유튜브 '마이 골프 레시피'와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