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엔 챗GPT 탄생 극찬하더니
석 달도 안 지나 반대론자로 돌변
법·윤리는 인공지능 자체의 문제

챗GPT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핼러윈 행사장에서 포스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챗GPT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핼러윈 행사장에서 포스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챗GPT 방식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을 일단 멈출 것을 요구했다. 올 초 트위터에 경쟁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지원한 챗GPT의 탄생을 극찬하던 것과 정반대의 오락가락 행보다.

아울러 개발사 오픈AI가 미국의 한 단체로부터 최근 출시된 대규모 AI 언어 모델(LLM) GPT-4와 관련해 고발당하면서 신산업이 탄생하기도 전에 규제에 발목을 잡힐지 주목된다. 

3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정책센터’(Center for AI and Digital Policy·CAIDP)는 이날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오픈AI를 고발했다. 이들은 GPT-4의 상업적 출시가 AI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행위를 금지한 FTC법과 AI에 대한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FTC는 급성장하는 AI 산업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번주 한 회의에서 "AI 분야가 주요 테크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AI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AI에 대한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액,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앤드류 양 등과 함께 미래생명연구소 명의로 "AI 시스템 개발을 곧바로 중단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해 연구소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AI 시스템은 일반적인 업무에서 인간과 경쟁하는 수준이라면서 19세기 초반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시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러다이트 운동은 1811∼1817년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영국의 노동자들이 실업의 원인을 기계에 돌리고 기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벌인 사건이다.

머스크와 미래생명연구소는 "우리의 모든 일자리를 자동화에 넘겨줘야 하나? 결국에는 우리보다 많아지고 더 영리하며, 우리를 구식으로 만들어버리고, 결국 우리를 대체하게 될 비인간 지성을 개발해야 하나? 우리 문명의 통제권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영국의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에 가담한 노동자들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에 가담한 노동자들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법·윤리학적으로 챗GPT는 인간의 감정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약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으로 분류된다. 이 단계까지는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강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보다는 위험성 없는 친인류적 인공지능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인공지능도 개인정보 침해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법·윤리 적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이유로 개발 중단이나 시장규제를 주장한 것은 머스크가 처음이다.

머스크의 AI에 대한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부터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나 AI제품이 윤리적 기준 없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다만 자신이 창업에 참여한 오픈AI를 떠나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DS(Full Self-Driving)가 과연 그렇게 책임 있게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완전 자율 운전(FDS) 상품명이 사기가 아니라면 충분히 과장된 이름이고, 안전 문제를 알고도 출시했다는 내부 고발도 있는 상태다"며 "더 근본적으로 생각할 것은 규제부터 만들고 새로운 기술의 제품을 만들자는 주장이 비현실적이자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챗GPT를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분류하며 유럽연합이 제정하려는 관련 법안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개발사인 오픈AI가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