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허리가 아프다고요?
과잉 치료 경계해야
우리 몸은 스스로 자연치유

어느 날 친구들과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발이 약간 저렸다. 다행히 산을 다 내려온 터라 잠시 쉬었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직장 가까이에 있는 제법 큰 정형외과 병원에 가서 상태를 설명하고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X Ray와 MRI를 찍어보더니 '척추관협착증'이라며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수술만 하면 증상이 완화되어 종전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하기로 마음먹고 당분간 그곳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하루는 수술받기 전에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인이 소개해준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종전의 의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수술하더라도 이전처럼 그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통증이 남을 수 있다며 허리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어느 의사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고 또 다른 의사는 수술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니 어찌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수술은 보류했다.

척추 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척추 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침 아내가 무릎이 아파 어느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곳에 갔다가 주치의인 정형외과 의사에게 허리 수술의 효과에 관해 물었다. 그는 내 증상을 묻더니 다음과 같이 답한다. 허리 수술을 해서 좋아질 확률은 1/3, 허리 수술을 하여도 지금과 같은 증상이 남아 있을 확률이 1/3,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빠질 확률이 1/3이라는 것이다. 수술하더라도 지금과 흡사하거나 나빠진다면 누가 수술을 선택하겠는가?

허리 수술에 관한 자료를 스스로 찾아보기로 했다. 관련 책자에 재미있는 현상이 나와 있었다. 미국의 경우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허리 수술 건수가 많았다. 특히 서부지역이 동부지역보다 두 배가 넘었다. 학자들은 왜 서부지역에 허리디스크 환자가 많은지 의아해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서부지역의 정형외과 의사가 동부보다 두 배나 많았다.

의사도 생활인이다 보니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형외과 의사가 없는 아프리카에는 허리디스크 환자가 없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척추 수술이 돈이 되자 요즘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의사들도 척추치료에 관여하고 있다.

척추 수술의 성공률은 기대보다 높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척추 수술의 성공률은 기대보다 높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척추 수술의 성공률은 50~60%라고 한다. 그러니까 척추 수술 환자의 반을 조금 넘는 환자가 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수술이 어려우니까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술들은 상당히 높은 의료비를 요구하는데 비용에 대비하여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많다.

실제로 시도된 수많은 치료 방법의 대부분은 효과가 좋지 않으며 현재 시도되고 있는 방법 중 상당수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치료 방법도 많고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니 환자로서는 참 난감한 일이다. 의학이 발달했어도 척추 수술에 대한 기준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인체가 하는 일을 어찌 과학이 다 대체하겠는가.

우리 몸에는 자연치유 기능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에는 자연치유 기능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슬람의 수피족은 질병에 걸렸을 때 의사를 찾지 않고 먼저 그 병을 앓았다가 나은 사람을 찾아간다. 의사보다 그 사람이 더 현실적인 처방을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병을 앓다가 호전된 친구를 만나 그의 조언을 들었다. 그는 나보다 증상이 더 심했는데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수술보다는 운동을 권했다.

그의 권유대로 걷기 운동과 수영을 시작했다. 발이 저리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걸었다. 이렇게 반복하니까 시간이 지나며 증세가 조금씩 호전되었다. 요즘은 장거리를 걸을 수는 없어도 일상 생활할 때는 거의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집 주치의처럼 다니는 동네 의사가 이런 얘기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병의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병에 걸리지 않도록 우선 예방에 힘쓰십시오.”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슨 일이든 문제가 생긴 다음에는 대처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어디 의학 문제뿐이겠는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전에 서로 잘해야 한다. 틈이 벌어지면 그것을 메꾸기에는 전보다 1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 사는 일도 그와 같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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