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약 32만명 사망···2040년 50만명 추산
고령화 따른 무연고자 사망 건수도 늘어나는데
지자체에선 사망진단서조차 떼지 못하는 상황
장례·상조 업계 "사망 관련 담당 부처 신설해야"

"내가 독거노인인데, 가족이 없어요. 나 죽으면 몸뚱이라도 잘 부탁해요."
"죄송합니다만, 관련 담당자가 없어서 해당 민원은 처리가 어렵습니다."
2021년 32만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오는 2040년이 되면 매년 5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고령화에 따라 사망자 수는 늘어나는데, 장례·상조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일명 '죽음' 담당 정부 부처는 없다. 특히 관련 정책 부재에 '무연고 사망자'가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사망자 수는 31만7690명이다. 전년 대비 1만2732명 늘었다. 2013년 이후 사망자 수는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 추세다. 통계청은 2040년엔 국내 사망자 수가 50만명을 돌파, 2060년엔 매년 70만여명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감소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가에 일각에선 '사망 복지와 관련된 정부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장례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다. 해당 과가 담당하는 주된 업무는 '노인 지원' 분야다. 지난해 기준 해당 과에 배정된 예산의 90% 이상이 노인 복지를 위해 편성됐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장례 정책과 관련된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무연고자 사망 관련 정책 부재가 대표적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전달받은 전국 무연고사망자 현황을 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7399명의 무연고사망자 중 302명은 사망신고가 누락됐다.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선 의사가 발급한 사망진단서 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원본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30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무연고사망자는 사망자 본인의 시신을 수습할 직계 가족이 없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줄 대리인도 없어 병원에 장기간 안치되는 불상사도 생기기 마련이다.
시신을 수습하려면 사망진단서 발급은 필수다. 보통 병원에서 사망할 경우 사망진단서 발급이 병원 업무 창구를 통해 쉽게 이뤄진다. 다만 독거노인처럼 집이나 길에서 숨지는 경우, 경찰의 검시를 거쳐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경찰 내부 규정상 수사용 사망진단서는 현장 검안비 기준 15~3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구청에선 이와 관련 규정이 없을뿐더러 무연고 사망자 시신 수습을 나서는 담당 인원 배정도 어렵다는 것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망신고를 위해선 시신 검안서 원본이 필요하다. 이를 발급받기 위해선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금액을 낼 기관이나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신검안서 자체를 발급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지자체 규정도 없어, 무연고 사망자만 시체검안 기관이 사망진단서를 무료로 발급해주도록 하거나 수사용 검안서 사본으로도 사망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검안기관은 "검안을 통해 기관을 운영하는데, 정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무연고자에 대한 검안 비용은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무연고 사망 건을 처리할 때 지자체는 직권으로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직계가 아닌 유가족에게 사망신고를 떠맡기거나 사망신고를 할 권한이 없는 장례 주관자에게 절차를 넘기는 경우도 경기도 고양시, 시흥시 등에서 발생했다.
사망신고와 관련한 예산 문제를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무연고 시신을 처리할 때 사망자가 남긴 금전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할 경우 사망자 유품을 팔아서 충당해도 된다. 하지만 지자체가 이를 따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을 매각한 사례는 71건뿐이다. 같은 기간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1%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구청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을 처리해 사망신고를 하는 조항은 알고 있지만, 이럴 경우 유족에게서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공무원이 해당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안은 있다. 제주도의 경우 사망진단서 미발급으로 사망신고에 어려움이 생길 때 지자체와 법원이 협의해 화장 증명서로 사망신고를 대체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바꿨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부득이한 이유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 사망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 대체 서면을 화장 증명서로 첨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등포구청은 지난해부터 사망진단서 발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3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김원이 의원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자체는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법령 및 제도 개정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한 상조·장례업계 전문가는 "사망자가 급증하는데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조·장례 분야에 대한 정부의 홀대가 아쉽다"면서 "상조·장례 분야를 통합해 관리하는 부서를 만들어야 하며, 그게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면 적어도 장례 분야를 맡는 ‘장사정책과’가 신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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