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요직에 MB정부 출신 다수
배종찬 "영향력 무시할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오는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세력이 중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신년 사면·복권되면서 친이계 당원들이 다시 결집하면 특정 후보에 표심이 쏠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 투표로 뽑히는 것으로 변경되자 당권주자들은 전국을 돌며 '보수' 당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은 서울,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경기 등을 돌며 당원연수에 참석했다.

당심이 중요해진 만큼 당권주자들이 당원과 직접 만나 자신의 경쟁력과 여당의 비전, 차기 총선 승리 전략 등을 피력하는 행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윤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윤 대통령은 김기현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도 관저 부부 동반 만찬에 초대하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MB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이 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윤 후보 간 교통 정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차기 당 대표 조건으로 ▲대권 욕심이 당 이익보다 앞서지 않는 사람 ▲강력한 대야 투쟁을 통한 정국 주도권 확보 ▲대선 승리 어젠다 승계 ▲보수정당 정체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요직에는 옛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MB 정부에서 통계청장으로 발탁된 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실장으로 영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MB 청와대 대변인이며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도 MB 청와대 비서실 선임행정관 이후 산업자원부 핵심 보직을 거쳤다. 

5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이상무 기자
5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이상무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도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MB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MB 정부 특임장관을 역임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친이계다.

이들이 전당대회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당원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원 중 비율이 높은 고령층을 향해 이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에 도움되는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현 정부에서 이른바 친이 세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했을 때 김대기 비서실장도 그렇고 그러니까 적어도 물밑에서 이 전 대통령이 누구 쪽으로 좀 결집이 된다 그럼 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당권주자 중에서 이 전 대통령과 친한 인물은 김기현 의원이 꼽힌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지난달 25일 독대하기도 했다. MB 대선캠프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1일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했다. 반면 안 의원의 경우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다.

다만 김기현 의원은 MB와 만남을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독대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다. 저는 선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