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심
한 쪽 기울지 않아
윤심, 특정 후보 대신
'전대 흥행'으로 연결

내년 3월초쯤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어떤 후보를 향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100%로 하는 당헌 개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친윤계가 당심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당심 100%'가 낫지 않냐는 언급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헌 개정에 착수했다. 비윤계의 당선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다.
다만 현재까지는 친윤 후보가 뚜렷한 지지세를 모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당심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21일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는 나경원 전 의원 26.5%, 안철수 의원 15.3%, 유승민 전 의원 13.6%, 김기현 의원 10.3% 순이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2.5%에 그쳤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응답률은 0.8%, 표본오차 95%) 결과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은 '범 친윤계'로 분류된다. 나 전 의원은 정권 초기 입각에서 배제돼 자연인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후 뒤늦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아직까지 본인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바도 없다.
안 의원의 경우 '당원투표 100% 반영 룰'을 비판하며 친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대구 갈서구갑 당협을 찾은 자리에서 "제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 민심에서 멀어지면 총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룰 개정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연대 가능성에 거리를 두고 있어 윤심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커피도 먹어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데이트를 해야 결혼(연대)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런 와중에 여권 일각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차출설이 나왔다. 이는 전대가 본격화되며 공식 출마선언 등이 이어질 경우 친윤계가 주도권을 잡는 구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흥행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미리 친윤계 후보들이 나와 한 목소리로 '총선 승리를 위한 단합'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비윤계의 당심 확보 명분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의중을 드러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는 전임 정부가 총선에서 쓴 전략의 성패와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된 2018년도 민주당 전대 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은 당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전 의원은 2014년 전대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전 의원에 패했다. 결과적으로 박심은 오히려 역풍을 낳아 2016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쌓은 기간이 적은 '0선 대통령'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교류를 해왔지만 여당을 '윤석열당'으로 재편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본지에 "권영세·원희룡 장관이 전대에 나오면, 본인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정 간 가교 역할을 통해 친윤계의 당선에 조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