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몸짓만으로 관객과 소통”

양반, 각시, 시시딱딱이 역을 맡은 배우들 /김한선
양반, 각시, 시시딱딱이 역을 맡은 배우들 /김한선

대사 없이 몸짓만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연극을 팬터마임이라 한다. 강릉의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은 한국적 팬터마임이라 할 수 있다. 

강릉에서 전승되어 온 이 탈놀이 연극은 공연 내내 대사 하나 없이 춤과 몸짓으로만 진행된다. 봉산탈춤 같은 다른 국내 가면극과 달리 유일하게 언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다. 강릉을 찾는 사람은 관노가면극을 한 번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5명의 등장인물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무언극(無言劇)의 등장인물은 5명이다. 권위를 뽐내는 양반, 어린 각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장자마리 두 명, 양반과 각시 사이를 방해하는 시시딱딱이가 나온다. 장자마리는 장남과 하인을 합한 말이며, 시시딱딱이는 “쉬시, 쉬시”라고 하면서 등장하는 모습과 광대를 합한 말이다.

양반과 각시의 러브스토리

관노가면극 공연을 한 강릉원주대 학생 K씨(24)는 “장자마리 두 명이 춤을 추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이어 양반과 각시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라고 설명했다. 

극에서 시시딱딱이는 각시에게 치근덕거린다. 이 모습을 본 양반은 각시가 바람피우는 것으로 오해해 각시에게 화를 낸다. 각시는 억울한 마음에 가짜로 자살 소동을 벌인다. 양반은 각시가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양반과 시시딱딱이는 반성한다. 이 모습을 본 각시는 되살아난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양반과 각시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은 화해하고 즐겁게 춤을 춘다. K씨는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관객을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김한선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김한선

“단순한 스토리의 매력”

관노가면극 공연은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옷날 강릉에서 열린다. P씨(22)는 강릉원주대 관노가면극 동아리에서 시시딱딱이 역을 맡아 단오제 공연을 해왔다. 그는 “배우의 춤과 몸짓만으로 관객과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점에 흥미가 있다”라고 했다.

각시 역을 맡은 같은 대학 재학생 J씨(여·20)는 “단오제에서 여러 단체가 자신의 관노가면극을 공연했다. 지금까지 연습해온 성과를 선보였다”라고 덧붙였다.

관객과 함께 춤을

이 연극을 본 사람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관객 김모 씨(24)는 “무대 위로 초대되어 장자마리와 함께 춤을 추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객 이모 씨(21)도 “이 연극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 이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전통극은 지루하다’라는 편견 깨”

강릉 단오제에서 3개 버전의 관노가면극을 본 강모 씨(26)는 “공연단에 따라 춤과 몸동작이 달라진다. 그래서 여러 편의 관노가면극을 관람해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관객 진모 씨(여·20)는 “‘전통극은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깬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과장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를 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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