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생활전선 뛰어든 청소년
부모님 계정 빌려 배달 알바 자처
청소년 위한 안전 일자리 제공해야

쿠팡이츠가 미성년자 배달 아르바이트 방조 논란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돈을 벌어야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근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3일 트위터에 초등학교 6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쿠팡이츠'의 치킨을 배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애들이 일하는 게 불법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글은 6일 기준으로 약 1만5000번의 리트윗을 받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으로 퍼져나갔다.
6일 여성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쿠팡이츠에서 배달한 미성년자는 중학생이었다. 학생의 집안은 생활고를 겪고 있었으며,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그는 어머니의 계정으로 쿠팡이츠에서 배달하기 시작했다.
앞서 2년 전인 2020년에도 초등학생이 쿠팡이츠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뉴스톱 보도에 따르면 이 학생도 부모님의 계정으로 아르바이트를 진행했다. 청소년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것에 대해 쿠팡이츠 관계자는 2년 전이나 현재나 똑같이 "해당 계정은 즉시 위탁 금지됐다"는 기계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성인인증을 통해서만 배달 종사자로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 본인 외 타인이 배달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성인인증은 쿠팡이츠의 가입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입력만으로 이뤄지지만, 미성년자가 가족의 명의로 등록할 경우 막을 길이 없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럼에도 미성년자의 근로를 방치한 쿠팡이츠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아동 노동 사용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쿠팡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청소년의 근로를 막지 못했다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 연구위원은 청소년의 아르바이트를 완전히 금지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가정 여건으로 반드시 일해야 하는 청소년이 통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은 2017년 12.2%에서 2021년 5.0%까지 꾸준히 감소해 왔다. 하지만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은 줄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가정형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17.9%로 2018년의 13.4% 대비 4.5%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아르바이트 하는 청소년 중 배달·운전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이는 15.2%에 달했다. 2018년의 0.5%와 비교했을 때 14.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배달·운전을 경험한 청소년의 55.6%는 매장이나 업체가 직접 고용했으며, 44.4%의 청소년은 배달 대행 앱에서 호출이나 주문을 받아서 근로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업은 자전거나 스쿠터, 오토바이를 타서 지역을 돌아다니기에 사고 위험이 굉장히 높다"며 "청소년들이 해당 업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는 고용주의 강요로 운전면허증 없이 오토바이 배달을 한 청소년이 끝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장승준 노동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례 기준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64조에 따라 15세 미만인 사람은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허가를 받은 사람은 근로자로 인정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만, 배달 대행 앱이나 호출로 주문받는 배달 아르바이트는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 자체가 없다.
유 연구위원은 "청소년에게 공공 인턴 등 안전한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계속 제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생계로 인해 일하는 청소년이 위험한 직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