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에 의존하던 SK, 10년물 발행 눈길
낮은등급 회사채는 펀더멘털 우려 여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긴축 속도 완화 언급에 국내외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에도 간만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세를 어이온 기업어음(CP) 금리가 지난 1일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3거래일 연속 연 5.54%를 유지하고 있다. CP 금리는 단기 자금 조달시장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음에도 꿈쩍도 안 하던 CP 금리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과 함께 일단 멈췄다. 채권안정화펀드의 추가 발행과 함께 정부가 공사채 발행을 축소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먼저 공사채 시장부터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한전채는 금리가 연 4%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8일에만 5.99%까지 치솟았던 한전채 금리는 한 달 만에 1.2%포인트 가까이 내려가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이날 열린 한전채 입찰 결과, 2년과 3년물 발행 금리는 각각 연 4.80%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실시된 한국도로공사 채권 AAA등급 발행 입찰에서는 3년물이 민간 채권평가기간 평균 금리 4.864%보다 0.084% 낮은 4.78%에 낙찰돼 16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기업이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 시장에도 우량 등급 중심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주 하이투자증권(AAA)이 지주사 지급보증으로 1800억원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배가량의 수요가 몰렸다. (주)SK(AA+) 회사채도 모집된 수요가 4배 수준에 달했다. 또 이날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SK텔레콤(AAA)도 2500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 목적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장기물인 10년물을 포함시켰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50조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CP를 비롯한 단기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크레딧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냉각된 회사채 발행시장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하위 등급의 채권의 경우 투자 수요 회복이 상위 등급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채와 회사채의 경우 펀더멘털 우려가 아직은 높아 공사채나 은행채보다는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