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방한에 들떴던 유치단 전열 재정비
최회장 3차 PT 참석 위해 중동→파리 이동
6개월 열리는 '등록박람회' 가치 상상 초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일각에선 4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개발 참가를 제안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생산유발 효과가 43조원이 넘는 국익을 지나치긴 어려워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주 출국해 중동 지역 출장을 마친 뒤 곧바로 파리로 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 회장은 28~29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경쟁 대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우디에 대한 역전을 모색하고 있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국은 내년 11월 결정된다. 지난 9월 공식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BIE 총회엔 한국을 비롯해 사우디(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 등이 3차 프레젠테이션(PT)을 갖는다.
민간 유치단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사회적가치(SV)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도 화력을 보탠다. 정부 대표단을 지원하고 회원국과 개별 접촉해 부산 엑스포 유치 준비 상황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BIE 회원국 대표 등 관련 인사들을 초청하는 리셉션을 여는 등 다양한 접촉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부터 민간 유치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산보다 사우디의 리야드가 앞서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과거 88 서울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재계가 저력을 보여주면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재계 총수 8명에게 당근을 던져주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난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빈살만 왕세자와의 미팅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빈살만의 방문으로 이야기가 오고간 투자 금액은 40조원에 달한다.

빈살만은 중동 개발로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인의 기억을 노렸다. 사우디 왕국이 15년 장기 경제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1조달러 규모 네옴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당근을 던지는 모양새를 취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안팎에서 "엑스포 양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반면 네옴시티가 민간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인 것에 비해 세계박람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이 훨씬 크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생산유발 43조원, 취업유발 효과 50만명 등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 1993년 열렸던 대전 엑스포는 인정박람회(Recognized Exhibition)였던 반면 2030년 세계박람회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등록박람회(Registered Exhibition, World's Fair)다. 앞선 인정박람회가 규모 최대 25만㎡, 기간 3개월로 제한된 반면 세계박람회는 규모에 대한 제한이 없고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엑스포 유치의 분수령이 될 3차 PT는 오는 29일 오전 진행된다. 한국은 이번 3차 PT에서 인류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미래 플랫폼으로서 부산 엑스포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3차 PT의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주요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월에도 파리에서 열린 BIE에 참석해 2차 PT 발표자로 나섰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선 1988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기업의 유치전 참여가 역전의 발판이 돼 결국 최종 유치까지 끌어냈던 만큼 이번에도 기업의 활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역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민간 대표단은 최근 한국 기업과 비즈니스 협력을 원하는 국가들이 많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효과적인 유치 활동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 12곳으로 구성된 유치단은 지난 6개월간 각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70개 회원국을 방문하고 지지를 요청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