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헌법에 명시돼 열심히 농사 짓지 않으면
의무 영농 일수 모자라 헌법 위반자가 돼
역시 땅이다. 농사를 지을 때는 땅이 있어야 한다. 집을 지으려 해도 땅이 있어야 한다. 인생의 후반기를 멋지게 전원에서 보내려면 마음에 드는 땅이 있어야 한다. 돈을 바라보는 투기꾼에게도 땅은 매력적인 대상물이다.
농업인에게 땅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농지가 있어야 경작을 하고 수확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농업인이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에게 농지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들이 농지 속에 숨어 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농지만 소유하고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농지란 전(田), 답(畓), 과수원과 같은 농작물 경작지와 다년생 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를 말한다. 또한 토지의 개량시설과 토지에 설치하는 농축산 생산 시설도 포함이 된다.
다시 말해 농지란 다년생식물 재배지, 토지개량시설, 농지보전이나 이용에 필요한 시설, 농축산물 생산시설을 말한다. 농업과 관련된 직간접인 토지와 시설이다.
옆에 있는 아들이 와서 아는 척을 한다. 농지가 영어로 뭐게? 생각 못했다. 사전을 열어 보니 농지는 farmland이다. 크게 웃었다. 웃음이 터진 이유는 예전에 용인 ‘자연농원’의 영문 이름이 ‘Farmland’였기 때문이다. 필자의 전 직장이다. 자연농원에 입사해서 에버랜드에서 퇴사했다. 이제야 알았다. 나는 농지 회사에 다녔었구나. 뼛속까지 농민이었구나.
경자유전(耕者有田)이란 말을 들었을 것이다. 농업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헌법 제121조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못박혀 있다.
그래서 농지를 취득할 자격은 기존 농업인이나 예비 농업인, 주말 체험 영농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그 외에는 안 된다. 기존 농업인과 예비 농업인(귀농 희망자)들은 1000㎡ 이상을 취득할 수 있다. 단 의무 영농 일수가 연간 90일 이상이다. 주말 체험 영농자는 농지 규모는 1000㎡ 이하여야 하고 의무 영농 일수는 연간 30일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내 친구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은퇴를 준비하며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경기도 여주에 땅을 몇해 전 구입한 친구가 연락이 왔다.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했는데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마을 사람들이 귀띔을 해 줬다는 것이다. 경작일수가 문제란다.
친구는 오십 중반이면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되었다. 계속 일을 해야 하였다. 그러니 농사를 지으러 가는 일자가 점점 줄었던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지니 환율과 금리가 올랐다. 예전에 땅을 사면서 대금 일부를 대출로 마련했는데 그 이자 내기도 쉽지 않단다. 다시 땅을 내놓아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연락한 것이다.

의무 영농 일수를 위반하면 골치 아파진다. 농업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되며 농지법 위반 대상이 되어 강제처분명령이 내려진다. 강제처분명령이란 1년 이내에 농지를 매각하라는 명령이다. 1년 내에 농지를 팔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매년 나온다. 과태료가 나오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제대로 농사를 짓든가 농지은행에 위탁해야 한다.
인사 청문회를 보다 보면 농지법 위반이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자주 본다. 논란은 농업인이 아닌 데도 농지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농업인이라면 1년에 90일 이상을 경작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바쁘고 훌륭한 사람이 공직자에 오르면서 어떻게 3개월 이상을 농사를 지을 수 있냐는 것이다. 1년이 52주고 토요일, 일요일만 따지면 104일인데 주말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이다. 아는 사람들은 코웃음 친다. 헌법 위반이다.
청문회 문제는 농사를 짓지 않고 시세 차익만 노리는 땅 투기꾼들 이야기니까 넘어가자. 선량한 귀농귀촌인들과 희망자들은 그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농지를 구입한 이후에 영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하나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셔라.
관련기사
- [김성주 더봄] 농사 지으려면 기초 회계는 알아야 한다
- [김성주 더봄]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이래도 농사를 짓겠다고?
- [김성주 더봄] 지방 소멸 걱정하면서 귀농귀촌은 무관심
- [김성주 더봄] 산양유를 팔아 돈 번다고? 나는 산양과 놀며 소득을 얻는다
- [김성주 더봄] 적벽강의 비밀을 풀어 보세요
- [김성주 더봄] 평창 송어의 원조 함씨 형제 이야기
- [김성주 더봄] 농촌살이의 여가
- [김성주 더봄] 귀농귀촌에도 적성이 있다
- [김성주 더봄] 러스틱 라이프-촌스러움을 찾아서
- [김성주 더봄] 귀농귀촌은 교육 수강부터
- [김성주 더봄] 귀농·귀촌의 시작 가족 동의
- [김성주 더봄] 멋진 전원주택 지으려다 맹지라서 포기한 사연
- [김성주 더봄] 어쩌다 생태 전문가가 되었다
- [김성주 더봄] '한국인의 주식' 우리 쌀을 어이할꼬
- [김성주 더봄] 1월은 사무직 출신 귀농귀촌인 전성시대
- [김성주 더봄] 계묘년 새해 덕담
- [김성주 더봄] 전원 생활은 드라마처럼
- [김성주 더봄] 성공한 귀농인의 공통점은 이것
- [김성주 더봄] 3·1절 104주년인데···농업 대한독립은 어디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