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농사짓기도 빠듯한데 장부 작성까지?
회계를 알아야 농업인 소리 듣는다

창업을 하려면 당연히 기초 회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귀농한 이들 중에 회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창업을 하려면 당연히 기초 회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귀농한 이들 중에 회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귀농귀촌 교육 과정 중에는 ‘창업 과정’이라는 것이 꼭 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창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과목을 수강하게 되는데 눈에 띄는 것이 ‘농업 회계’이다.

당연히 창업을 하려면 기초 회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귀농한 이들 중에 회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없다. 왜 그런가 귀농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직장 생활하며 사업을 할 때 제일 지겨운 게 회계였고, 숫자 놀음하는 게 지겨워 귀농했는데 회계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간을 숫자로 보는 것에 질려서 농촌으로 스며들었는데 또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라니 싫을 만도 하다. 그래도 농사는 엄연한 사업인지라 싫어할지언정 멀리할 수는 없다.

농업에서 회계는 일반 회계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 농업인은 기초 회계 수준만 익혀도 된다. 기초 회계 수준이라면 가계부처럼 영농일지를 쓰며 입출금 장부를 기록하고, 돈의 쓰임을 계정과목으로 분류하고, 손익 계산을 할 줄 아는 수준을 말한다. 올해 농사를 결산하며 당기순이익이 얼마인지 알기만 해도 농업인 중에서 중급은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통장 잔고만 알고 있다. 늘 마이너스에 시달리는지라 통장을 들여다보기 싫은 사람도 있다.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통장 잔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농업의 구조가 일 년의 대부분을 농작물 재배에 매달리고 수확과 판매는 일시적이다 보니 늘 비용만 지출하다가 수확기에 매출이 발생하여 수입이 잠시 들어오는 구조라서 그렇다. 늘 돈이 나가기만 하니 마이너스이고 돈이 들어와도 외상값을 주고 다음 농사 준비 자금으로 쓰고 나면 또 남는 게 없는 것이다. 허탈하다. 그래도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고 농업 회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업 회계란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은 비용을 조목조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인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라서 생활비와 영농비가 섞여서 비용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영농과 관계된 재료비와 인건비, 경비를 꼼꼼히 기록하고 챙기고, 현재 가지고 있는 융자금의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계산하고 있어야 한다.

TV에 ‘억대 농부’라는 사람들이 자주 소개된다. 소득이 1억원을 넘는다는 소리다. 요즈음 1억은 돈도 아닌 것 같아도 농사지으며 매출을 1억원을 넘기면 대단한 것이다. 그 대단한 농부를 찾아가 장부를 들여다보면 웃지 못할 상황을 발견한다.

매출 1억원을 달성한 농업인을 찾아가 장부를 보니 비용이 4000만원이 발생하고 대출 원금과 이자가 3000만원이 지출이 되었다. 수익은 3000만원이다. 3000만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아슬아슬하다. 요즈음같이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는 답이 안 나온다. 그런데도 억대 농부라고 자랑할 일인가. 빛 좋은 개살구는 이럴 때 쓰는 말 같다.

매출 중심으로 경영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억대 농부’의 신화는 나타난다. 수익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농업 분야에서만 쓰는 회계용어들이 있다. 그것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매출, 비용, 이익은 어는 곳에서나 사용하는 말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농업 회계에서 총수입 또는 조수입이라는 용어는 매출을 뜻한다. 그리고 경영비는 비용을 뜻하는데, 총수입(조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것을 소득이라고 농업 회계에서 설명한다. 농업 소득이 이익이라는 것인데 보통 소득을 매출과 혼용해서 쓰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소득률은 총수입에서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니 이익률과 같다. 다시 헷갈릴 수 있으니 일단 알아 두시라. 농업과 관련된 회계 장부나 문서에는 총수입, 조수입, 경영비, 소득, 소득률이 그렇게 정의되어 있다.

종자 종묘비, 비료비, 농약비, 수도광열비, 기타 재료비, 임차료, 노동비 정도는 다들 알 것이다. 거기에 중간재비, 부가가치, 조성비라는 단어는 살짝 생소할 것이다. 중간재비는 작물의 생산을 위해서 투입한 일체의 재료 비용이고, 부가가치는 총수입에서 중간재비(=경영비-임차비-고용 노동비-위탁영농비)를 차감한 잔액을 말하고, 조성비는 과수원 등의 개원비에 육성비를 손익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합산하고 내용 연수로 나누어 분할 계상한 비용이다. 암기할 필요는 없지만, 뜻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에서 회계는 일반 회계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 농업인은 기초 회계 수준만 익혀도 된다. 기초 회계 수준이라면 가계부처럼 영농일지를 쓰며 입출금 장부를 기록하고, 돈의 쓰임을 계정과목으로 분류하고, 손익 계산을 할 줄 아는 수준을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농업에서 회계는 일반 회계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 농업인은 기초 회계 수준만 익혀도 된다. 기초 회계 수준이라면 가계부처럼 영농일지를 쓰며 입출금 장부를 기록하고, 돈의 쓰임을 계정과목으로 분류하고, 손익 계산을 할 줄 아는 수준을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이런 용어들을 알고 나면 다음 단계에는 매일 매일 장부를 쓰면서 계정 과목을 알아야 한다. 영농일지는 그날그날의 작업 상황을 기록하고 돈의 입출금을 기록하는 서류이다. 아무 노트에나 쓸 수 있지만 체계적으로 하려면 노트북에서 엑셀을 사용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청에서 ‘알뜰 농장’이라는 앱을 보급하고 있으니 사용하기를 권한다.

기왕 입출금 내역을 정리할 거라면 계정과목 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수입은 매출, 영업 외 수익, 자산 수입, 부채 수입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지출은 8가지 계정과목으로 정리한다. 8가지에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판매 관리비, 영업 외 비용, 가정비 지출, 자산 지출, 부채 지출이 있다. 가정비 지출은 자영업자들이 사업 비용과 생활 비용의 지출이 섞여 있으니 아예 개인적으로 쓰는 돈을 가정비라는 항목으로 정리하라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만 가능하다. 법인사업자는 모든 비용에 증빙이 붙어야 하므로 함부로 생활비로 썼다가는 큰일 난다.

이렇게 돈을 쓰임에 따라 정리한다면 장부 작성은 깔끔한 것이다. 이다음 단계가 손익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당기순이익과 당기 현금 손익을 뽑는 것인데 이 정도면 고급에 해당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재료비+경비+노무비)를 제하면 매출총이익이라고 한다. 여기에 판매관리비를 제하면 영업이익이다. 그리고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빼면 당기순이익이라 부른다.

당기 현금 손익을 계산해 보자. 당기순이익에 부채 수입과 자산수입을 더하고 빼고, 그리고 다시 부채지출과 자산지출, 가정비를 빼면 당기 현금 손익이다. 본인이 가진 융자금과 토지 구입비, 주택 구입비, 공장 설비금, 가정 생활비를 계산하면 된다. 그러면 통장 잔고와 같을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한 해의 영농 성과의 결과금이고 당기 현금 손익은 한해의 자산 상황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까지만 알면 고급 수준이다. 이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재무제표를 안다. 재무제표에 나오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생산원가 명세서도 안다. 그 문서들을 읽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고수라는 것이다.

영농 규모가 매우 커지게 되면 당연히 회계 담당을 두고 회계사에게 세무 업무를 맡기게 되지만 소규모 영농 규모라면 직접 하는 것이 맞다. 농사짓기도 힘든 게 회계 장부까지 작성하고 손익계산도 하라니 살짝 갑갑해진다. 당기순이익이니 재무제표라니 골치 아프다. 그래도 알아야 한다.

농업은 이제 생산만 잘하는 농사만이 아닌 생산과 판매, 그리고 관리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농민을 농업경영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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