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60.3% 급감 내년 투자 50% 줄여
공급이 수요 초과, 내년까지 지속할 전망
삼성전자는 별다른 감산은 없다는 입장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의 영향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덮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이 상반된 대응 전략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인 반면 3분기 어닝쇼크에 직면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는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26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55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0조982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1027억원으로 66.7% 줄었다.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던 2분기(13조811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20.5% 줄었고, 영업이익은 60.5% 증발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한 결과 3분기 영업이익률은 15%에 그쳤고, 순이익률도 10%에 불과했다.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 및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했음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파고를 넘지 못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減産)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은 "올해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를 개발했고,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확보, 수익성을 지속해서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 초부터 시작된 경기 불황의 여파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산업인 반도체는 완제품에 비해 경기 영향을 다소 늦게 받는 경향이 있다. 결국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실적 악화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앞서 3분기 실적을 공시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5일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현재는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6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0조600억원이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40% 넘게 빠진 셈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시황에 따른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9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4.10달러)과 비교해 30.5%나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역시 9월 가격이 4.30달러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편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생산량을 5% 줄이고 내년 설비 투자를 30% 감축하겠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빅3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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