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응찰로 수의계약 유도···독점 폐해 막아야"
현대로템 "이전 계약 손실로 적자"

현대로템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KTX 같은 고속차량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로템은 철도전문업체로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 이 지위를 통해 수익성이 없는 계약에 무응찰해 유찰시킨 뒤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납품 지연 같은 '갑질' 행태를 보이며 KTX공사 완공에도 차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대·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25년 개통 예정인 '인천·수원발 KTX'가 현대로템의 수의계약 진행 탓에 늦춰지게 됐다며 정상 개통을 촉구했다.
박찬대 의원은 "현대로템은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차량 입찰에 수량이 적고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다"며 "정부의 고속차량 공급 계획과 함께 인천·수원발 KTX의 정상 개통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현대로템이 고의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진행해 공사가 늦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수의계약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수의계약이란 경쟁계약이 아닌 임의로 계약자를 선정해서 체결하는 계약이다.
박 의원은 "철도 고속차량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무응찰로 유찰시킨 뒤 단가와 수량이 오르면 수의계약했다"며 "현대로템이 제때 납품을 하지 않아 철도 당국은 그동안 차량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인천·수원발 KTX 공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발 KTX의 경우 송도~목포까지, 수원발 KTX의 경우 수원~부산까지 각각 2시간 10분이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25년 개통 예정이던 인천·수원발 KTX는 빨라야 2027년부터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인천·수원발 KTX의 납품 기한이 지연되면서 공사의 완공 시기도 늦춰졌기 때문이다.
허종식 의원실에서 한국철도공사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020년 무응찰로 인해 유찰됐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260)을 이듬해 단독응찰로 수의계약했다. 현대로템이 2006~2016년까지 수의계약한 고속차량은 총 7대였다.
허 의원은 "정부는 국내 고속차량 시장 독점적 폐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이날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내고 고속차량 납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며 "철도안전법에 따라 매번 검사받도록 규정되어 있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한편 현대로템은 KTX를 1994년부터 약 28년을 수주해왔다. 현대로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서울시 2호선 전동차와 코레일 전동차, 서울시 9호선 전동차, 신림선 경전철 등을 수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