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CP간 망 사용료 부과 논쟁
장경태 "망 사용료 입법 근거 불명확"
소비자 피해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철도민영화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철도민영화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망 사용 비용(이하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KT·SKT·LGU+의 이동통신 3사)와 해외 콘텐츠 제공자(CP, 넷플릭스·트위치 등) 간 공방전이 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에선 '국회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갈등을 불지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내 콘텐츠 제공자(네이버·카카오 등)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국감)에서 망 사용료 부과와 관련된 논의가 4일과 6일 두 차례 진행됐다.

우선 4일 과방위 국감에선 망 사용료의 입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 사용만큼 그리고 같은 양의 인터넷을 여러 명이 사용해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이동통신 3사의 태도는 상충적인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민간 계약을 이유로 자료공개에 협조하지 않는 이동통신 3사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을 논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과기부)를 비판했다. 장 의원은 "(과기부)가 자료 제출도 안 하는데 무슨 근거로 입법하느냐"며, "민간 기업의 갈등을 근거 없이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6일 과방위 국감에서는 망 사용료 입법 진행으로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내 최대 화질을 낮춘 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 코리아는 '한국 내 최대 동영상 화질을 720p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위치 코리아는 공지를 통해 "서비스 운영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원본 화질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 플랫폼은 한국에서 게임 방송을 주력 콘텐츠로 밀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약 260만명이 트위치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치 사용자와 콘텐츠 제작자는 특히 화질에 민감하다. 게임 그래픽을 높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 콘텐츠를 즐길 요소 중 하나가 화질이기 때문이다.

트위치 코리아의 화질 저하 공지는 게임 콘텐츠의 최대 이벤트인 '롤 챔피언십'을 하루 앞두고 발표되면서 화질 저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더 커졌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트위치 화질 저하에 대해 "게임 보려고 트위치 보는데 별로다", "하루 전 화질 720p 저하 통보는 욕 먹을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장 의원은 이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트위치 화질 저하 조치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검토하겠느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지와 (화질 저하)가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6일 과방위 국감에서는 망 사용료 입법 진행으로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내 최대 화질을 낮춘 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내 최대 동영상 화질을 720p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트위치 공식 로고 /트위치
6일 과방위 국감에서는 망 사용료 입법 진행으로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내 최대 화질을 낮춘 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 내 최대 동영상 화질을 720p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트위치 공식 로고 /트위치

현재 국회에는 2020년부터 '인터넷망을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망 사용료 법안이 총 7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2020년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인터넷 품질 개선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기한 법정 소송에서 출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는 이미 망 사용료에 상응하는 비용을 이동통신 3사에 지불해왔다. 이에 넷플릭스 등 해외 CP도 이동통신 3사에 망 사용료를 똑같이 지불해야 공평하다는 게 망 사용료의 입법 취지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7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며 "이동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를 위한 설비투자에 부담을 느껴 트래픽 유발의 원인인 해외 CP에게 설비투자 비용 일부를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CP들이 망 사용료 부담을 콘텐츠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본지에 "배너광고나 커머스광고 등에서 조금 더 정교한 형식의 광고가 등장하거나 유튜브처럼 구독료가 맞춤 형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안병도 IT 평론가는 본지에 트위치의 화질 저하에 대해 제도나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평론가는 "앞으로 (기술 발전으로) 트래픽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면 화질 저하에 대한 규제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망 사용료 법안이 과도기적인 상황이라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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