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당시 외환 11%↓‧9월 4.5%↓
2년 2개월 만에 외환 보유 규모 ‘최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매섭게 펼치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강달러로 요동치는 외환시장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부터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매섭게 펼치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강달러로 요동치는 외환시장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부터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매섭게 펼치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강달러로 요동치는 외환시장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4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있던 2020년 여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직전 달(4364억 달러)보다 약 197억 달러 감소, 4.5% 감소율을 보였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직전 달(4364억 달러)보다 약 197억 달러 감소, 4.5% 감소율을 보였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6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은행 발표 외환보유액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달(4364.3억 달러)보다 196.6억 달러(4.5%) 줄어든 4167.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새 28조원 규모의 외화가 감소한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2008년 10월 외환보유액(2122억 달러)은 전달(2396억 달러) 대비 11%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외환보유액은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당시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 규모는 약 4165억 달러였다. 지난해 4692억 달러까지(2021년 10월말 기준) 고점을 찍고 약 2년 2개월 만에 뚝 떨어졌다.

2008년 10월 외환보유액(2122억 달러)은 전달(2396억 달러) 대비 11% 감소율을 나타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2008년 10월 외환보유액(2122억 달러)은 전달(2396억 달러) 대비 11% 감소율을 나타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한국은행은 이번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했다고 해석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손실을 불러온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 15일 1400원 목전에 있던 원‧달러 환율은 점심시간 이후 6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불거진 바 있다. 외환당국이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발언 이후 1391원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 단행에 대해 우회적으로 수긍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특정 환율을 타깃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있는 경우,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환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했다.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 10위권에 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기자 설명회에서 "저희(한국은행) 생각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며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9위에서 8위로 올랐고,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뿐 아니라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대외자산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여성경제신문DB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여성경제신문DB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364억 달러)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549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21억 달러)과 스위스(9491억 달러), 러시아(5657억 달러), 인도(5604억 달러), 대만(5455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 달러) 순이었다.

외환시장 개입은 단기 처방 ‘언 발에 오줌’
2008‧2020년 통화스와프 이후 시장 안정


문제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있었던 탈출구가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2020년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에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었다. 과거에도 금융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었다.

장의태 전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상승에 대응해 외환당국이 7개월 동안 시장에 약 600억 달러를 매도하는 개입 정책을 지속했으나 외환시장의 불안정은 오히려 심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2008년 10월과 12월에 한국은행과 미국‧중국‧일본 중앙은행 간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 외환시장 안정에 커다란 도움을 준 것은 외환보유고 소진의 두려움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가 시장 신뢰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7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24조원을 기록했고 다음 해인 2008년 12월까지 40조원이 빠져나갔다. 2009년 2월 환율은 1570원까지 올랐고 원화 가치도 그만큼 떨어졌다.

당시 금융당국은 연준과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2010년 2월 계약 종료까지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될 수 있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경색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체 침체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일어나자 또다시 국내 증시에서 해외 자본이 크게 유출됐다. 이때도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한국은 미국과 2020년 3월 통화스와프(2021년 12월 종료)를 맺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지난달 말까지도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던 지난 26일에도 추 부총리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직전 금통위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마저도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통화스와프 무용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지난 9월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9.82포인트(0.45%) 내린 2161.11에 개장했다. 장중 2130대로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9.82포인트(0.45%) 내린 2161.11에 개장했다. 장중 2130대로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이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는 역할을 하지만 환율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통화스와프 외에도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고 내국인 환투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는 것이라면 외환 투자 자본 이득세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