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옆 상가 지하 2층서 120여명 근무
제보자 “매연 들어와 호흡기질환 고생”
빈 지상 건물 두고‧‧‧결국엔 돈 때문에?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행정 직원들은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임대 광고가 잔뜩 붙은 병원 옆 상가 건물로 들어간다.
이 병원의 행정동이 통째로 이곳 지하 2층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철문을 열고 나가면 지하 주차장이 훤히 보이고, 복도에는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짐들이 쌓여있다. 병원 내부에 엘리베이터 22대를 구비했다고 자랑하던 초호화 병원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입사 후 만성 호흡기 질환이랑 두통이 생겼어요. 병원은 직원 고충을 알기나 할까요?”
14일 여성경제신문에 제보한 중앙대 광명병원 행정 직원 A씨는 병원의 차별대우에 대해 토로했다. 병원이 120명 가까이 되는 행정 직원들을 볕도 들지 않는 지하 2층에 몰아넣고 근무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이 건강 이상을 호소한다는 것.
“반지하도 아니고 완전히 지하입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면 주차장이에요. 트럭 지나가는 거 다 보이고요, 매연도 들어옵니다. 퀴퀴한 공기를 다 마셔요. 환기는커녕 햇빛도 전혀 안 들어옵니다.”

이 병원의 행정동은 병원 옆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과 같은 층을 쓴다. 여성경제신문이 제보를 받고 찾아간 이 건물 지하 2층 복도에는 짐을 옮길 때 사용하는 팔레트가 겹겹이 기대 서 있었다.
복도 한 편에는 이삿짐을 비롯한 박스가 쌓여있었다. 제보대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환기도 잘 안되다 보니 지하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났다.
복도 벽에 붙은 행정동 배치도에는 주차장 위치가 표시돼 있다. 배치도가 가리키는 대로 사무 공간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진다.

본지 확인 결과 중앙대 광명병원은 이 건물 지하 2층에 9개 사무실을 임대가 아닌 매매로 확보했다. 병원은 애초부터 이곳을 행정직 근무 공간으로 계획했던 것이다.
“올해 병원이 개원했어요. 지상 건물도 비었는데 돈 없다고 행정직군들만 지하에 몰아넣었어요.”
여기에는 고객혁신팀을 비롯해 감염관리팀, 시설팀, 홍보팀, 재무회계팀, 구매물류팀, 교육행정팀, 인사팀, 총무팀 등 원무팀을 제외한 총 15개 팀이 모여 있다. 행정직이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지하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발 행정직들 차별대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병원의 중심이 의료진이라고 하더라도 저희도 직원이지 않습니까. 불평불만이 아니라 최소한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상급종합병원 진입 넘본 이철희 병원장
“지상은 분양가 비싸‧‧‧그러나 개선돼야”
올해 3월 21일 개원한 중앙대 광명병원은 최고 사양 의료장비와 분당 서울대병원보다 많은 엘리베이터 개수(22대)로 화제가 됐다. 대지면적 3155평, 연면적 2만9390평에 지하 8층, 지상 14층으로 총 700개 병상을 갖췄다. 개원한 지 50일 만에 일일 외래환자가 1000명을 돌파, 광명시 최초 지역거점대학병원으로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쳤다.
이철희 중앙대 광명병원장은 4년 후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종합병원과 구별되는 상급종합병원은 양호한 재정 상태와 병원 시설이 인정된 병원을 지칭한다.
그러나 실상은 120여 명의 직원이 옆 건물 지하 2층에서 햇빛도 보지 못하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측은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고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광명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병원 내 공간이 없기 때문에 환자 접점이 없는 행정직군들이 바깥으로 나왔다”면서 “환기 덜 되는 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공기질 측정도 하고 공기청정기도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상가건물만 해도 지상은 분양가가 엄청나다”면서도 “병원이 개원한 지얼마 안 됐기 때문에 사정이 나아지면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