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28)
대구에서 치르게 된 보석감정사 실기시험
다이아 1개 감정, 유색보석 5개 감별해야

새벽기차를 타고 대구로 가던 중 기차 안에서 일출을 보게 되었다. /사진=민은미
새벽기차를 타고 대구로 가던 중 기차 안에서 일출을 보게 되었다. /사진=민은미

새벽 안개를 헤치며 달려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집을 나서며 새벽 공기의 청아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보석감정사 국가자격증 취득이라는 꿈도 싣고, 8월 19일 새벽 4시 15분에 일어나 서울에서 대구로 향했다.

시험에 대한 안내가 없어 캠퍼스를 헤매다가 건물 사이 계단을 올라 패션주얼리과 건물을 찾게 되었다. /사진=민은미
시험에 대한 안내가 없어 캠퍼스를 헤매다가 건물 사이 계단을 올라 패션주얼리과 건물을 찾게 되었다. /사진=민은미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대로 필자는 올해 2022년 정기 기능사 3회에 응시했다. 시험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장소는 대구과학대학교였다. 거주지인 서울 지역에 실기시험 가능 인원이 모두 마감된 탓에 처음 가본 대구과학대 정문을 통과해 캠퍼스 안으로 들어섰다.

수험표에 나와 있는 장소인 ‘보석감정실습실’을 찾아 큰 건물 사이의 중앙대로변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대학 정문에서부터 건물들이 모여 있는 언덕 위까지 시험에 대한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혹여 시험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구과학대에는 ‘패션주얼리과’가 있었다. 보석감정실습실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패션주얼리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내려가며 마주친 학생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다. 다시 정문으로 되돌아가 주차 안내 중인 수위 아저씨에게 물어본 후에야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왼편 건물 사이로 좁은 계단을 오르니 ‘패션주얼리학과’라는 표시가 있었고 다시 여러 층 높이의 계단을 올랐더니 ‘보석감정사 시험장’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이렇게 새벽 열차를 타고 3시간 30분간의 여행 끝에 어렵사리 실기시험장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른 후, 드디어 ‘보석감정사 시험장’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사진=민은미
계단을 오른 후, 드디어 ‘보석감정사 시험장’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사진=민은미
서울 지역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싶었으나 불가능이었다. /사진=민은미
서울 지역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싶었으나 불가능이었다. /사진=민은미

실기시험을 준비했던 보석학원의 수강생들 중 원치 않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시험을 보게 된 사람은 필자가 유일했다. 사실 대구까지 가서 실기시험을 봐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서울 지역으로 장소 변경이 가능한지 큐넷(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국가 자격증·시험정보 포털) 고객센터에 문의한 적이 있었다.

고객센터에서는 7월 27일~8월 3일까지 장소 변경 기간이 있다고 했다. 수용 인원이 있을 때, 1회에 한해 변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센터의 안내대로 변경 기간 중 매일매일 수시로 결원이 생겼는지 접속해 봤지만, 장소 변경은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시험 장소에 대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실기시험을 대비해 학원에서 실습한 용지에 보석을 놓고 사진을 찍어서 복습했다. /사진=민은미
실기시험을 대비해 학원에서 실습한 용지에 보석을 놓고 사진을 찍어서 복습했다. /사진=민은미

실기시험 내용은 다이아몬드 감정과 유색보석 감별이다. 시험석으로 다이아몬드 1개와 유색보석 5개가 무작위로 지급된다. 2시간 내에 시험석에 대해 답안지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검사하여 빠짐없이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1개에 대해서는 ①연마 형태 ②추정 중량 ③컬러 등급 ④자외선 형광 반응 ⑤클래리티 등급을 판정한다. 유색보석 5개에 대해서는 ①외관 검사 ②굴절율 ③편광성 ④다색성 ⑤확대검사 ⑥자외선 반응 ⑦분광성 ⑧비중을 검사한다.

다이아몬드부터 시작했다. 현미경으로 보니 마치 총맞은 것처럼 보이는 결정 여러 개가 쉽게 관찰됐다. 다이아몬드에 대한 등급 판정을 빠르게 끝내서 수월하게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유색보석에서 난관을 만났다. 내게 주어진 유색보석은 검은색, 핑크색, 빨간색, 파란색, 오랜지색, 5가지였다. 그 중 빨간색과 파란색, 2가지가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빨간색 보석은 루비인지 로돌라이트 가닛인지, 파란색 보석은 토파즈인지 투어멀린인지 끝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시험을 치른 대구과학대 실기시험장은 쾌적했다. 보석 감정의 중요한 기구인 현미경의 상태도 좋았다. 15명의 참석 인원이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굴절계, 비중 기구, 다이아몬드 색상 검사기 등도 비교적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었다.

크기는 콩알보다 더 작지만, 어마어마한 몸값을 지닌 존재가 바로 보석이다.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헤마타이트, 조이사이트, 덴드리틱 아게이트 같은 다양한 보석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제각각 지닌 보석의 특성을 파악하며 구분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까탈스러운 면이 있어서인지, 새삼 보석은 참 '새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보석이 지닌 외부/내부의 특징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들의 신비함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의 보석감정사 도전은 마무리됐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트레스도 받고 암기해야 할 내용이 외워지지 않아 도전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시험이 끝난 지 5일째인 오늘까지도 입안이 헐어 음식물을 씹기가 불편할 정도다.

하지만 4개월간의 도전을 끝내고 나니 너무나 후련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시험 결과는 한달 후 9월 중순경에 나온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알록달록 예쁜 보석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더욱 핫하게 보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