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변인, 탈당 후 尹정부에 고언
"국민통합적 메시지 인사에 반영됐어야"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산다···당 내분 씁쓸"

"정당인으로서의 지난 활동에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는다기보다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서 일 년 가까이를 하얗게(?) 불태운 것에 대해 또 하나, 내 인생 한 페이지에 기록해두는 것에 대해 개인적 의미를 두었습니다."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 출신인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의 말이다. 지난해 MBC 공채 MC 출신으로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청년들과 활기차게 경쟁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그는 1년이 지난 현재 “대통령 취임식 직후 탈당하길 잘했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게 됐다. 무엇이 그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김 전 대변인은 4일 여성경제신문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한때 정당인으로서 오랜 고민을 극복한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는 대변인 시절 바랐던 보수의 가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실상 2021년 하반기, 그리고 올 3월 9일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중앙당 대변인단으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5월 10일 이전까지 취임준비위원회 대변인으로 일했었기 때문에, ‘대선’이라는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에 모든 활동이 함몰되어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오히려 거시적 관점에서 ‘보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지 않았나 싶다.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어 버렸지만, 현재의 중장년층도 한때는 젊은이였기에, 정열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개혁’을 지향한 시절이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땀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피로써 민주화의 과정을 겪어오면서 이룬 성과들은, ‘공리적’ 통제를 바탕에 둔 ‘자유적’ 가치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었기에, 나름 스스로는 ‘보수주의자’라 여기며 살아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가 가장 많이 강조된 것에 대해서, 비슷한 시기를 거쳐 살아온 데서 비롯된 동질감을 느꼈었다. 

게다가 세계 시민 사회에 대한 책임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앞으로도 서방 세계가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는 자유나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물론 이때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이, 과거와 같은 ‘양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며, 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잠시 과거에 잠겼던 김 전 대변인은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방송인으로서 외모와 언변만 주목받는 세월을 보냈지만, 그에게는 남모를 고민의 시간이 있었던 듯 보였다. 이제야 정치권의 문제점과 한계를 알게 된 그의 진솔한 고백이다.

"최근 급격히 변화되는 상황과 당의 내분을 바라보며, 참으로 씁쓸한 기분을 감추기 어렵다. 이렇게 속 시끄러울 줄은 몰랐는데, 차라리 탈당하기를 잘했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모든 것이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던 국민의힘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준비하는 등 위기에 몰렸다. 긍정·부정 평가가 갈려도 정권 초기에 일어난 이례적 현상이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상황임엔 분명하다. 김 전 대변인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탄핵’으로 궤멸되다시피했던 국민의힘이 그래도 다시 국민의 부름과 선택을 받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 나부터도 완전히 기대를 접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보수, 즉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가 혹시 가능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가 투영되면서, 국민들께서 다시 한 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꼰대 정당’으로 인식되던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금 ‘구태’로 인식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산 사회라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든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는 데 힘을 모아야 마땅한데, 오직 정치적 이득만을 갖고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면, 앞으로 보수 정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 것인가 심히 염려된다."

김 전 대변인은 자신을 "현 정부 탄생에 당직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그것은 그가 지난 5월부터 권력의 중심부와 더 이상 인연을 잇지 않고 거리를 두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취임 직후, 청와대 개방 및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나 바이든 대통령 방한으로 성사된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성과 등은 일정 정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특히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인사’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함에 있어, 이전 정부에서 벌어졌던 여러 ‘내로남불’식 행태가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통해 변화로 나타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을 포함해, 수석 비서관부터 9급 직원에 이르기까지의 대통령실 인사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부합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물론 대통령이 오랜 검사 생활을 하면서 직접 겪은 인재들을 등용시키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겠으나, 국민 시선으로 보기에 ‘다양성’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0.73% 차이의 신승을 거둔 상황에서, 반으로 쪼개진 국민을 대통합의 길로 이끌려면, 뭔가 ‘통합적’ 메시지가 인사에 반영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까이서 보기에 매우 소탈하며 권위의식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몇몇 도어스테핑의 답변에서는 다소 독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 있었기에, 그 점도 대중 정서에 비추어 아쉬운 점으로 남는 것이 사실이다."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김 전 대변인은 지난날 자신의 일생을 "평생을 프리랜서로 살아왔다"고 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방송인 출신으로서 정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힘들었던 시기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관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분야에 종사해왔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크게 정치적 고관심층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당에 가입한 것도 지난번 토론 배틀을 통해 대변인단에 포함되면서가 생애 최초의 경험이었다. 당 대변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이 정당의 입장을 국민께 언론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그간 해오던 ‘전달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오십 넘어 대학원에 입학해 만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업의 연장선상에서 ‘논평’ 등을 쓰는 일에도 비교적 용이하게 적응되었다. 다만 형식에 있어 이전에 써 오던 글들과 성격이 좀 달라 초기에는 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후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방송에 출연해 정치 평론을 했었는데, 내용이 다를 뿐 늘 일해 오던 익숙한 장소에서의 일들이라 그 점에서도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나라의 명운이 걸린 큰 선거에서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이후에는 표표히 사라지리라 생각했었기에, 취임식 끝나고 당적에서 벗어나 탈당을 했다. 그것은 정치를 좀 중립의 입장에서, 원거리에서 바라보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또 이후 감사하게도 평론가로서의 역할이 이어지면서 스스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도 기인한 것이었다. 누가 내 당적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겠으나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옳겠다 판단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김 전 대변인은 당일 예정된 종편 방송에 시사평론가로 출연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선 "기회가 되는대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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