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캠프·인수위 출신 김민전 교수 아들
대학 미졸업에도 비공개 특채로 인턴에
김 교수 "安과 오랫동안 선거운동 함께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지인의 아들을 인턴 비서관에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친윤계로 분류되는 안 의원 채용 건에 대해서도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안 의원실에 근무하는 20대 대학생 A비서관은 안 의원이 6·1 재보궐 선거로 분당갑에 당선된 이후 채용됐다. A비서관 모친은 안 의원 측근인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다.

김 교수는 19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안철수계로 불렸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 의원을 돕지 않았지만 정권교체가 되자 인수위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을 맡았으며, 현재는 윤석열 정부 국민통합위원회 정치·지역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은 A비서관을 비공개 특별채용으로 뽑았다. 안 의원실은 지난 6월 채용 공고를 통해 4급 2명, 5급 1명, 9급 1명의 보좌진을 채용했는데 인턴은 포함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6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김영선·장동혁 의원실의 경우 인턴비서관 모집 공고를 냈다. 다만 이재명 의원 등 공고를 내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아들 채용에 관한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아들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안 후보 캠프 자원봉사를 맡았다"며 "그때 함께했던 아들과 친구 모두 (국민의당)당직자 제안을 받았으나, 둘다 당원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도 아들은 선거운동을 했다. 안 의원 분당갑 재보궐 후보 캠프 홍보실장으로 제안을 받았으나 학교(미졸업) 때문에 거절했다"며 "지금 의원실 스텝(직원) 가운데 아들만큼 오랫동안 선거운동을 함께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채용에서 저의 추천은 없었다. 안 의원을 떠나 윤 후보를 지지하고 선대위원장을 했던 절 (안 의원이) 좋아할 리 없다"며 "대학생에게 캠프 홍보실장을 제안할 정도면 적어도 안 의원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나. 군대 갔다 오고 나이는 적지 않다. 정직원도 아니고 인턴"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과거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아들 A비서관은 중학생이던 2012년부터 안 후보를 지지했고, 낙선 때 눈물을 흘리다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이 실시되자 안 후보 캠프에 참여해 20대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서는 "20대 청년들이 저성장 시대에 극심한 경쟁과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들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은 것은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취업난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아들이 대권주자 의원실로 비공개 채용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 보좌진을 꿈꾸는 청년들은 채용 공고를 통해 인턴에 지원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 합격하면 9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안 의원 같은 '대권주자' 의원실은 299개 의원실 중에서도 '꽃'으로 불린다.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의원 시절 보좌진은 청와대로 영전해 출세의 길을 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인턴 출신 현직 비서관 B씨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실 알음알음 들어오는 케이스도 있긴 한데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에서 안 의원실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인턴 기회를 잡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데 '엄마 찬스'를 쓴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캠프에서 공헌했으니까 뽑았다는 건데, 그 캠프에 들어가는 것조차도 사실 일반 대학생이라면 일할 수 있었겠나"라며 "대학생임에도 채용됐다는 건, 해외 유학용 스펙을 쌓기 위해 권세나 명망 있는 집안 자제분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엔 대통령실 '지인 아들 채용' 논란이 정치권을 휩쓸었다. △40년 지기 아들 우모 씨 9급 △40년 지기 아들 황모 씨 5급 △검찰 수사관 아들 주모 씨 6급 등이다.

이 중 우씨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가 추천한 인사"라고 밝히면서 '장제원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등의 언급을 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대국민 사과했고 우씨는 사직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해당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정서를 잘 살피는 세심함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공헌도, 성실도, 재능 등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를 해서 사람을 뽑는다면 여러 가지 논란들은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휴가차 미국에 체류 중이며 보좌진도 휴가를 보내고 있다. 본지는 안 의원과 안 의원실 관계자의 해명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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