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관 탄핵해야" vs 與 "항명은 처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 경찰국 설치가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다음달 2일 공포만 남은 가운데 경찰국을 시행령으로 설치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소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경찰장악저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찰국 신설에 대한 투쟁과 함께 이 장관의 탄핵 소추 등 여러 가능성까지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헌정 사상 국무위원 탄핵은 실현된 적이 없고 자칫 '거대 야당 독주'라는 공세를 받을 수 있어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의견도 적지 않아 현실화까지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서영교 경찰장악저지대책단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조직법상 경찰국을 설치할 수가 없는데, 시행령으로 설치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속전속결로 진행했으니 사실상 원천 무효이고,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달 2일이면 공포와 함께 경찰국이 설치되지만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조처들을 진행해 경찰국 설치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가능한 조처로는 시행령 재검토, 권한쟁의심판, 해임건의안, 탄핵소추 등이 있다.
헌법은 국무위원이 집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탄핵소추가 가능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진행된다. 다만 국무위원 탄핵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실현된 적이 없다. 169석의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충분히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지만, 최종 관문인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아직까지는 탄핵 소추 당론 추진에 신중론을 펴는 모습이다.
전문가 역시 민주당의 탄핵 당론 추진 현실화까지에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여론 흐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탄핵 추진) 가능성은 있지만, 쉽사리 추진할 수는 없다"며 "만약 이번 주말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진다면 민주당도 그 흐름에 올라 탈 수는 있겠지만, 거대야 당독주 프레임 공세를 받을 수도 있어 고민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본지와 만나 당론 추진까지에는 여론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경찰국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국민들은 각자의 삶이 바빠 검수완박이나 경찰국 설치 문제처럼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면서 "또 당내에서도 탄핵 추진까지 갈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해 지도부는 여러 면에서 결정에 신중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 역시 이 장관 탄핵과 관련한 입장에는 신중한 모습을 내비친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민 장관 행태를 보면 상당히 거칠고 무례하다.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사안들은 쌓이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국회 내에서 먼저 이 문제를 따져보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 이 장관의 탄핵 추진에 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은 점차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28일 김용민 의원은 이상민 장관과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기 위해 주변 의원의 동참을 설득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공개됐다.
당내 강경파 초선의원인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시 당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의견 주시는 것처럼 한동훈·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을 논의하고 있는데 당내 반대의견이 많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탄핵안은 만들어 뒀으나 100명이 동의해야 발의가 가능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신 국회입법권 침해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상민 장관은 28일 장관 탄핵 얘기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법적으로 위법한 게 없는 기능을 하게 될 조직 개설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