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빠진 독감 백신 시장 선점
원료 '자체 생산' 정부 입찰사 중 국내서 유일
'민간 백신' 시장 선점한다면 사실상 독주체제

GC녹십자가 독감 백신 시장 독주체제 준비에 나섰다. 시장 선두를 달리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치료제로 눈을 돌렸고, 독감 백신 원료 자체 생산을 하는 유일한 기업 중 한 곳이 GC녹십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조달시장 입찰에도 성공하면서 독감 백신 시장 절반 이상을 GC녹십자가 차지한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진행된 정부 조달시장 입찰에서 독감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GC녹십자·보령바이오파마·한국백신·사노피가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잡고 제약사들로부터 독감 백신을 구매하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고령층, 어린이, 임산부 등 독감 취약계층에 백신을 무료 접종한다.
앞서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부터 SK바사는 코로나 치료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때문에 2020년 매출 638억원을 기록했던 SK바사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는 2021년 매출이 5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독감 백신 시장에서 발을 뺐다.

그런데 이 자리를 GC녹십자가 차지했다. 2021년도 자사의 독감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매출이 559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내 1위에 올랐다. 최근 선정된 정부 조달 입찰에서도 GC녹십자가 약 500만명분, 사노피가 220만명분, 보령바이오파마가 180만명분, 한국백신이 170만명분 순이다.
올해 독감 백신 정부 조달 시장 전체 물량은 1066만명분인데, 금액은 900억원 수준이다. 1066만명분을 제외한 4000만명분 가량의 민간 시장까지 GC녹십자가 선점한다면, 일명 독감 백신 시장 '독주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
정부 조달 시장을 제외한 민간 독감 백신 시장에서 백신 접종 금액은 약 4만원에 책정됐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무료 독감 백신이 아닌, 사비로 백신을 접종받은 인원만 1500만명가량에 달하는데, 제약사가 병원에 납품하는 백신 가격이 1만5000~2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민간 규모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GC녹십자 '독주체제'가 이미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 원액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가 GC녹십자와 일양약품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함께 독감 백신 정부조달 입찰에 성공한 보령바이오파마와 사노피, 한국백신은 GC녹십자와 일양약품에 독감 백신 원료를 반제품 형태로 공급받아 백신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독감 백신 정부 조달 입찰에 실패해, GC녹십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녹십자 2분기 매출에 약 650억원 규모 독감 백신 수주 매출이 반영돼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60% 늘어난 92억원으로 추정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장 올해 하반기 물량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얼마나 팔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독감백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증권가도 GC녹십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키움증권은 GC녹십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와 81% 늘어난 4300억원, 201억원으로 예상했다. 컨센서스 대비로는 각각 3%와 30%를 웃도는 수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의 2분기 남반구 독감백신 수주는 작년 2분기보다 18% 늘어난 661억원으로 확정됐다"며 "역대 최대 규모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