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착륙 주장에 경착륙 필요성 강조
한국 형편이 더 안 좋아‧‧‧수출에 직격탄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미국 경제, 연착륙, 경착륙, 스태그플레이션 중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연준의 낙관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미국 경제, 연착륙, 경착륙, 스태그플레이션 중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연준의 낙관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AP=연합뉴스

양적완화로 미국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고강도 긴축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침체 이후 더 깊고 긴 경기 침체기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열망하는 ‘연착륙’ 가능성도 멀어지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9일 ‘미국 경제, 연착륙, 경착륙, 스태그플레이션 중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연준의 낙관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더블딥은 경기침체 이후 일시적인 회복세에서 다시 고꾸라져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림] 이 보고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965년, 1984년, 1994년 긴축 통화 이후 연착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넘어서는 지금의 상황을 동등하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기술했다. /CRS
[그림] 이 보고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965년, 1984년, 1994년 긴축 통화 이후 연착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넘어서는 지금의 상황을 동등하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기술했다. /CRS

이 보고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그림]에서처럼 1965년, 1984년, 1994년 긴축 통화 이후 연착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인플레이션은 현재 상황과 다르다고 봤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넘어서는 지금의 상황을 물가상승률이 1~2%였던 과거와 동등하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CRS는 연준이 희망하는 미국 경기 연착륙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차질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봤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완만한 성장과 약간의 실업률로는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당한 압력의 인플레이션을 급속하게 감소시키려면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증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CRS는 2020년 침체 이후 미국이 다시 경기침체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가계와 기업 재정이 탄탄한데다 미국 경제 전반이 긴축된 통화정책을 견뎌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주장과 정면충돌한다.

1980년대 초반 이자율은 1982년까지 높게 유지돼 '비정상적으로' 길고 깊은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율보다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었다. /CRS 
1980년대 초반 이자율은 1982년까지 높게 유지돼 '비정상적으로' 길고 깊은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율보다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었다. /CRS 

보고서는 “1950년대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 고금리 정책을 펼칠 때 ‘경착륙’이 더 일반적이었다”면서 “1980년대 초반은 인플레이션이 7%를 넘은 마지막 시기였다. 두 번째 경기침체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최고 19%까지 금리인상을 감행했다”고 기술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율보다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자율은 1982년까지 높게 유지돼 '비정상적으로' 길고 깊은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피하면’ 나중에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만큼 금리를 인상할 의향이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적완화 정책‧‧‧인플레와 경기침체 잉태


경제 전문가들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양적완화를 지적하며 CRS 보고서의 연준 비판에 힘을 보탰다. 금리인하를 통해 시장에 돈을 많이 풀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트럼프 때 코로나 사태로 다섯 차례나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바이든 당시에는 진정시기였지만 1조9000억 달러나 돈을 추가로 풀었다”면서 “실업자가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풀었다”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그런데도 미국 형편이 우리보다 낫다. 미국은 한국만큼 가계부채가 심각하지도 않고 고용 상황도 좋다”면서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우려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도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안 교수는 “돈이 많이 풀리면 생산구조가 완전히 망가져 경기침체가 올 수밖에 없다”면서 “처음에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산성이 향상하지 않는 상태에서 돈만 풀리면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가진 실질적인 저축 가치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저축은 기업의 자본으로 활용되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하는데, 반대로 줄어들었다”면서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거둬들여야 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결국 물가도 억제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파했다.

안 교수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금리 상승기에서 우리도 그에 맞춰 금리를 올려야지 자본 유출을 방어할 수 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고 수출 비중이 많은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 전반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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