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 통한 수출 호황시대 끝났다”
10년간 원자재 수입 대중국 의존도 심화
동남아‧인도 등 글로벌 공급망 확보해야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발 ‘탈중국’ 메시지로 경제보복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출범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반중국 경제 연합전선에도 가담하기로 한 우리 정부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1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다른 교역국에 비해 10년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경제신문이 ‘우리 경제 수입 공급망 취약성 분석’을 위한 한국은행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수입 원자재 품목(광산품, 섬유, 사료 등) 중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비중은 29.1%였다. 전 세계 평균인 20.5%와 비교하면 대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와 반도체‧PC‧화공품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의 제조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는 가운데 전략적인 광물자원 확보 정책이 더해지면서다.

특히 구리·알루미늄·아연 등 주요 광물 약 67%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이 공급망 취약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등과 같이 공급 충격 발생 시 우리 경제의 생산‧수출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원자재·자본재에 대해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재고 비축,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적시 대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핵심기술의 국산화, 주요 원자재의 해외자원개발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토 순방길서 공개된 ‘탈중국’
인도-태평양 경제연합도 참여
지난해 한국은 전체 수출의 25%, 수입의 22.5%를 중국에 의존했다. 교역국 중 최대 거래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주요 원자재 수입처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발언은 새 정부의 교역 방향으로 읽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발판으로 경제 안보에서 유럽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탈중국’을 꾀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원전과 방산 영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와 체코의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미국과 기술동맹을 맺은 데 이어 유럽과 경제 안보 차원에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움직임에 한국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23일 출범한 경제 안보 동맹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창립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 IPEF는 기후환경, 디지털, 노동 등의 분야에서 새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반중국 연합전선으로 불리는 만큼 이에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IPEF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7개국(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이 참여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으로 쏠린 원자재 공급망을 인도와 동남아 국가로까지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수출‧수입 의존 줄여야
배제 시작되면 경제 보복할 것
전문가들은 이번 ‘탈중국’ 발언이 중국의 경제 보복 결정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강력한 규제 조치가 아닌 중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단계이므로 발언 자체로 경제보복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미국이 IPEF 등 중국에 대한 제재를 진전시키면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수출,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광물, 원유 등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에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는 없고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해외 광산 직접 투자나 투자 참여 등의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서는 공급망 재편이 가장 중요하며 직접적인 중국 배제 움직임이 보이면 경제 보복을 당할 것”이라면서도 “사드 보복 상황과는 달리 미국 중심으로 동맹국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보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