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의 89% 올해 자잿값 인상 계획
금리 인상에 매수세 실종‧집값 하락 전망
인상‧생산력 축소 수익성 악화 ‘사면초가’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실종으로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아직 건설 원가에 포함하지 않은 건설사들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반영할 전망이다.
29일 여성경제신문이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한국은행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건설사가 아직 자재 가격 인상분을 건설 원가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앞서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판매 가격 인상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전체의 69%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서비스 가격에 반영한 상황이다.
다만 나머지 31%가 아직 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들 업체 중 절반 가까이(47%)에 해당하는 건설사들이 원자재가 반영을 미뤄온 것이었다.

아울러 이들 업체 중 약 89%는 올해 안에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이(67%) ‘20% 이상’ 인상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로써 건설자재 가격은 하반기와 내년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가보다 더 지불해야하는 자잿값 어쩌나
이전부터 국내 건설경기는 건설자재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상당수가 과거 원가 부담이 낮았던 2019년부터 2021년 초에 수주‧착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거진 예상치 못한 원자잿값 급등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
또 2018년 이후 건설경기 장기부진에 따른 국내 생산능력 축소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 생산 확대에 제약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 등의 물류 파업 이슈,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레미콘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입국제한으로 외국인 인력이 급감하면서 인력부족 현상도 심화됐다. 근무시간 감소와 안전관리 강화로 이전보다 공사기간이 연장되면서 비용의 추가적인 발생도 불가피해졌다.
금리인상에 돈 못 빌려…집 수요 ‘냉각기’ 올까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 조짐도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8일 '2022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올 상반기(0.2% 상승)보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하반기 집값은 0.7%, 연간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산연은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된 데 집값 하락 전망 원인을 들었다. 매매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데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또 1주택자의 갈아타기 역시 고금리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자산시장 동반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도 하락세를 탈 전망이다.
건설사의 건설 수주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은 정부의 지출 조정으로 공공 수주가 소폭 감소하고, 금리 상승 영향으로 민간 수주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건설 수주는 전년대비 0.5% 감소한 210조9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212조원), 2020년(194조1000억원) 건설 수주 증가세를 마감할 전망이다.

또 원자잿값 인상과 노사 간 분쟁과 파업 증가 영향으로 건설투자는 지난해 264조9600억원에서 올해 260조26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본지에 “금리 인상 요인과 더불어 이미 주택 가격 수준이 너무 올라와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가격 상승 기대감이 약화된 상태”라면서 “집값 인상 폭만큼 임금 인상 폭이 따라오지 못하다 보니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졌다”면서 향후 주택 수요 하락 판단에 대한 근거를 밝혔다.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건설사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의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 조합과 공사비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시간이 지연될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면서 “신규 공급 사업장에서도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프로세스, 공사비 증액 심의, 택지비 심의, 지자체 내부 운영 분양가 심의 등 여러 개의 심의를 거치면서 초기 분양가보다 대부분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재비는 오르는데 분양가가 고정되거나 덜 오르게 되면 당연히 건설사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건설사 수익률 ‘뚝뚝’
국내 건설사는 수익률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부분 신규분양인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는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크다”면서 “원가는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리는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사는 막다른 길에 놓인 상황과 같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은 7672억6700만원, 2020년 7503억9800만원, 2021년 6464억8600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주요 원자재 계약단가가 어떻게 되느냐, 해외 현장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영향을 더 받고 덜 받고의 차이일 뿐 현재 모든 건설사 어려움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