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金 임명 시 내부규칙 위반"
"위장전입·세금탈루 확인 안해 직무유기"

KBS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20일 김의철 KBS 사장과 남영진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KBS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가지의 감사청구 항목을 열거했다.
8가지 항목은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임명제청 과정에서 내부규칙 위반 및 직권남용 △KBS 이사회가 김 사장 임명과정에서 김 사장의 허위 기재와 관련한 직무유기 △KBS이사회가 몬스터유니온 400억원 증가 강행 △KBS시큐리티 등 계열사 자체 감사 기능 미비(전면 회계감사) △김 사장이 특정기자 2인의 특혜채용 의혹 △김 사장과 이사회가 방송용 사옥 신축 계획 무단 중단에 대한 피해발생 △진실과미래위원회 단장의 히말라야 여행시 병가처리 여부와 사후 조작 은폐의혹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의 문서폐기 의혹 등이다.
앞서 KBS 이사회는 제25대 사장 임명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15일 중간 면접을 거쳐 15인의 지원자 중 임병걸·김의철·서재석 3인을 비전발표회(시민참여단 정책발표회)와 최종 면접 대상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비전발표회 하루 전날인 22일 임 후보자, 서 후보자 2인이 갑자기 사퇴하여 김의철 후보자가 단독 후보로 남게 됐다.
당시 일반 시민의 의견을 사장 선임 시 대폭 반영하기 위해 시민참여단의 평가점수를 전체배점의 40%로 높게 책정했는데, 단독후보 1인만 남게 되어 정책발표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은 시민참여단의 상대평가 절차가 무의미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KBS 노조는 "KBS 이사회는 이사회가 정한 사장선임절차를 준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차기 사장 적임자 없음'을 선언하고 재공모를 실시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KBS이사회가 내부규칙을 위반하여 김의철에 대한 임명제청을 강행한 것은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고, KBS 이사들 중 일부가 특정 후보자를 미리 점찍어 두고 그를 사장으로 만들기 위해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김의철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직 원천 배제 7대 비리(세금탈루, 위장전입)를 범했음에도, 지난해 10월 8일경 이사회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자신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춘 자이고, 7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항이 전혀 없다'며 허위 사실을 기재했고, 고위공직자 사전질문서에도 '세금탈루와 위장전입 등 7대 비리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로 응답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위장전입, 세금탈루를 저질렀다는 것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졌고, 김 사장도 시인했다. KBS 노조는 "이사회는 김 사장이 제출한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확인이나 검증을 충실하게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특정 후보자를 사장으로 만들기 위해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무유기의 의혹이 있다고 비판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경영 악화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에 대해 400억원을 증자하는 결의를 했다. 몬스터유니온은 지난 수년 동안 부실 경영이 누적됐고 존속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엔터테인먼트사에 30억원을 투자하는 등 경영상의 문제를 일으킨 회사라는 지적이다.
KBS 노조는 "본사가 감사할 수 있는 경영계약을 체결하거나 본사 감사실장이나 감사부장이 몬스터유니온의 감사를 겸직하게 하는 방안 등 안전 조치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133만 3000가구의 1년간 수신료에 해당하는 400억원 증자를 강행하는 의결을 했다"며 "특히 그날 이사회에서 소수 이사 4인이 의결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퇴장했음에도 다수 이사 7인이 남아 증자안 의결을 강행했다"고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계열사인 KBS 시큐리티가 최근 전국의 KBS 건물에 대한 방호업무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의계약을 강행했는데, 수의계약금 규모가 80억원에서 100억원이다. 일부 지사에서 시큐리티 현직 부장의 친형을 채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사건 직후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당사자를 퇴직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KBS는 양승동 사장, 김의철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8년 10월 1일자로 KBS를 자의로 이직하고 뉴스타파에 근무 중이던 최문호, 최경영 2인을 특별채용 형식으로 입사시켰다. 이는 '진실과미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하나, 인사권이 없는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월권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보도본부장 시절 경영회의, 임원회의 등에 참석해 이미 건립 계획이 확정 발표되고 거액의 설계비(40억여원)까지 지불된 KBS 방송용 사옥 신축 계획을 무단 중단하고 결국 취소에 이르게 함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
'진실과미래위원회' 복진선 단장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8월까지 네팔 히말라야 산맥을 장기간 여행했고, 그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런데 복 단장이 당시 병가를 내고 갔다는 의혹이 있는데, 병가를 낸 직원의 경우 해외여행이 불가하기 때문에 근태처리나 복무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6일경 KBS는 김 사장의 결재하에 범낙규 총무시설국장 주도로 본사 전 부서에 "보존기간이 경과된 모든 문서, 단순일일보고(보존연한 1년), 참고자료(보존연한 1년) 등 기타 불필요한 출력물"을 전량 폐기하라는 내용이 있는 '본사 사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무용 집기 감량화 추진' 공문을 하달했다.
KBS 노조는 "대선 직후에 갑자기 본사 전 부서에 사소한 참고문서까지 폐기하라고 한 배경에는 과거 정부 시절 행해진 불법적 활동들에 대한 검경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실시되기 전 문제될 수 있는 문서를 미리 폐기하려는 의도하에 조직적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전임 양승동 사장 재임시, 현 김 사장이 진실과미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진미위가 무분별하게 한 불법적인 활동들에 대한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