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 탐구]
조선시대 기생의 첫 경험을 뜻하는 말
미국선 '처녀막 건드리다'고 표현하기도
임오경 의원 "명백한 비하, 사용 멈춰야"
대체어 첫라운딩·퍼스트티잉·필드입문

첫 라운딩을 나가는 골퍼를 두고 "머리 올리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탐구'를 통해 알아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첫 라운딩을 나가는 골퍼를 두고 "머리 올리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탐구'를 통해 알아봤다. /게티이미지뱅크

희진 씨는 오늘 첫 라운딩을 나갔다. 동행한 남자 선배가 말했다. "오늘 머리 올리는 날이네?" 그녀는 골프가 끝나고 '머리 올리다'가 무슨 의미인지 검색해 봤다.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시대 때 어린 기생이 남자와 첫 경험을 가진다는 의미였던 것. 

14일 여성경제신문 팩트체크 시리즈 '깐깐한 팩트 탐구' 조사 결과 '머리 올리다'는 표현은 여성 차별·비하 발언에 해당된다. 여성의 첫 성경험을 비유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대체어인 '첫 라운딩'을 쓰면 된다.

국립국어원 측은 여성경제신문에 "머리 올린다는 뜻은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되어 머리를 쪽 찌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여자가 시집을 가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앞서 JTBC 골프 예능 세리머니 클럽에 출연한 배우 이성경이 "머리 올린다는 표현의 말뜻을 알고 그 말을 안 쓴다"고 말한 것을 두고 출연자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수 김종국이 "처음 머리 올릴 때 같이 가는 분들이 잘 알려줘야 한다"고 언급하자, 이성경은 "머리 올린다는 표현의 말뜻을 알고 나선 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처음 라운딩을 나온 사람에게 조언한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머리 올리다'는 표현은 '성 차별'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머리 올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 기생이 정식 기생이 되며 머리에 쪽을 진다'이다. 

JTBC '세레머니 클럽' 방송 화면 캡쳐 /JTBC
JTBC '세레머니 클럽' 방송 화면 캡쳐 /JTBC

여성가족부는 '머리 올리다'가 성 비하 발언임을 인정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본지에 "기생이 남자에게 처녀성을 바치고 어른이 됐다는 뜻"이라며 "첫 성 경험을 할 때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는 조선시대의 풍습에서 유래한 말인데, 골프장에서 첫 라운딩을 하는 골퍼에게 '첫 라운딩'이란 표현이 있음에도 '머리를 올리라'는 말을 쓰는 것은 여성 차별 혹은 비하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유독 골프장에서 성에 빗대어 쓰는 말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골프공을 '구멍(hole)'에 넣는 모습을 두고 성적인 것과 연결해 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미국은 'Pop the cherry'라고 한다. Cherry는 여성의 처녀막을 뜻하고 Pop은 '건드리다'는 의미다. 처녀막을 건드린다는 것을 '첫 경험'이라 하는데 이를 '처음 골프장에 나온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일본에선 후데오로시(筆おろし)란 표현을 쓴다. '총각 딱지떼기'란 의미다.

다만 일상적으로 쓰인 용어를 '여성 차별'로 보기엔 다소 예민한 반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골프지도자연합회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방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골프장에선 예로부터 관용적으로 의미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 골퍼들도 직접 '머리를 올렸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를 두고 여성 비하라고 하는 것은 조금 예민한 반응일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머리 올리다'라는 표현을 두고 '예민한 반응'이라는 입장과 '명백한 여성 비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클리앙'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골프 초보자를 뜻하는 '골린이(골퍼+어린이)'도 비하 발언이다. 사람을 얕보는 문구는 모두 바꾸자"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냥 내버려 두자. 이미 오래된 표현인데 너무 예민한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머리 올리다'에 대한 네티즌 의견. /클리앙 갈무리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머리 올리다'에 대한 네티즌 의견. /클리앙 갈무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조선시대에 쓰였던 이 문구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관용적 표현이라 해도 첫 라운딩을 하는 상황을 이에 빗대어 '머리를 올리다'라고 칭하는 건 맞지 않는다. 반드시 바꿔야 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머리 올리다'의 대체어로 '첫 라운딩'을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필드 입문·스타터·퍼스트 티잉(First Teeing) 등이 거론된다. 

본지에 '오상준의 마이골프레시피'를 연재하고 있는 골프 전문가 오상준 아시아골프인문학연구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골프에 입문하는 20·30세대 젊은 여성이 늘다 보니 '머리를 올리다'는 표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적절치 못한 표현은 공론화되어야 하고, 비하적인 의미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