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김 여사 논문 판단 수개월째 ‘유지(Yuji)’ 중
'허위이력 제출' 건 임용 취소 요구도 흐지부지

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가운데)과 부인 김건희 씨(왼쪽)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가운데)과 부인 김건희 씨(왼쪽)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서울대학교에 조국 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징계 처분을 보류했다는 이유로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민대학교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심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에 대해선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서울대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범죄사실 통보자에 대한 징계의결 미요구’를 주요 징계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전 교수는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한 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월 서울대에서 직위해제됐다.

교육부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 감봉 및 견책 조치가 취해진다. 정년 후 청조근정훈장 등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서울대는 감사 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을 냈다.

문제는 서울대가 조 전 교수를 신속하게 징계하지 않았듯이, 국민대도 자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김건희 여사 논문 재검증 판정을 미루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대는 교육부에 올해 2월 15일까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등 4편의 표절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2차로 조사 기한을 3월 31일로 연장했으나 또 다시 이를 어겼다.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제22조에는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대는 지난해 7월 예비조사 착수 이후 '조사 불가'로 번복하다가 재조사위가 지난해 11월 15일 활동을 시작했다. 판정 만료 시점인 올해 5월 15일을 20여 일 넘겼다.

국민대 재조사위는 지난 3월 31일 결과보고서를 내부적으로 냈고, 4월 25일 연구윤리위를 열었다. 그러나 윤리위 검토 결과에 총장 결재를 받아 교육부에 최종 통보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김 여사 논문의 부실 정황은 명백하다. 논문 가운데 '온라인 운세 콘텐트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에서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표기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논문을 '카피킬러'(논문표절 검증서비스)로 검사한 결과, 표절률이 43%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통상 논문 통과 기준이 표절률 15%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2008)' 논문은 인터넷 등에서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여사는 이 논문으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울러 국민대는 김 여사의 '허위이력 제출' 건에 대해서도 방패막을 펼치고 있다. 김 여사는 2014학년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때 이력서 학력사항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했다. 경력사항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시간강사/산학겸임교원’을 ‘부교수(겸임)’로 사실과 다르게 적었다. 국민대는 김 여사 등 지원자 2명이 국민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면접도 생략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특정감사를 벌였고, 올해 1월 비전임교원 임용 심사 과정 등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임용 취소 등 규정에 부합하는 조처를 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국민대 ‘비전임교원 임용에 관한 규정’ 제18조는 ‘비전임교원 임용 시 진술한 내용 및 제출한 서류에 허위사실이 발견될 시에는 발령일자로 임용을 취소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민대는 이에 불복해 지난 4월 25일 행정심판위원회에 교육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공개한 행정심판청구서에 따르면 학교 측은 "내규에서 정하는 조교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논문심사위원 위촉이 부적정하다는 것은 대학학위 심사의 자율성에 반하고 학위논문 심사대상자의 신뢰보호와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김 여사를 감싸는 국민대의 대응에 일각에선 출범한 지 한 달 된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강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민대가 논문 판정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과 경과를 예상하여 답변할 수는 없다'고 미룬 뒤 현재까지 추가 확인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권력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심이 들고, 교육부의 서울대 총장 징계 선례를 보면 같은 수준의 잣대가 적용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여사는 대선 기간인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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