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에 두 번 연속 패배한 후보
국힘 '자객 공천' 대신 지역밀착형
이재명 원내 입성하면 정치적 재기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에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을 공천했다.
윤상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인천에 '지역 밀착형 인사'를 내세우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윤상현 위원장은 앞서 등판론이 제기됐던 윤희숙 전 의원이 탈락한 이유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지역 밀착형 후보가 좋은가, 아니면 중앙에서 내려온 후보가 좋은지 두 가지를 놓고 검토를 했다. 내부적인 전략 검토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원식 전 의원의 경우, 장모상을 치르는 중이라 본인이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최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계양을에 당선됐다가 탈당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윤형선 위원장의 공천이 과연 막강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전 지사의 대항마로서 적절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전 지사와 달리 지역 연고가 뚜렷하다는 '명분'은 강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따져볼 때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인사가 아니어서 '실리'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실 지방선거에 단체장 몇개를 가져오는 것보다 계양을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에 대여투쟁 구심점이 생겨 정권 초기부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잠복기 이후 당 대표를 맡아 대여투쟁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2012년 대선 이후 전반기는 당시 안철수 의원, 후반기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 등장해 이를 대권 재도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2017년에도 홍준표 후보가 다시 당권을 잡아 일정 기간 정치적으로 재기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대장동·성남FC·법인카드 유용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일단 원내에 입성하면 불체포특권을 받는다.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더라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에 기반해 '정치보복', '야당탄압' 프레임을 펼쳐 부결시킬 수 있다. 또한 검수완박법의 통과로 수사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면 당선 가능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자객 공천'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재명 저격수'였던 윤희숙 전 의원 등판론이 나왔던 이유다. 다만 윤 전 의원의 경우 당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정치 거물에 젊고 참신한 신인을 맞붙여 주저앉히는 자객 공천은 일본에서 효과를 거둔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광진을에 오세훈 후보 대항마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내세워 전폭적인 지원 하에 눌렀다.
반면 윤형선 위원장은 20대, 21대 총선 계양을에서 송영길 후보에게 내리 패배한 인사다. 고려대 의대와 대학원을 박사로 졸업하고 인천에 내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인천광역시의사회 회장을 지낸 것 외에는 특출난 경력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없어 대통령 측근 프리미엄도 해당이 없다.
계양을은 선거구가 처음 생긴 2000년 이래 7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18대 보궐 한 차례를 제외한 6번의 선거를 모두 민주당계 정당들이 가져간 곳이다. 계양구는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52.31%로 윤석열 후보 43.52%보다 8.79%p 높았던 지역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공천을 받으며 "지역을 지킨 나의 노력과 윤석열 정부의 출범, 송영길의 야반도주와 이재명의 낙하산 공천으로 지금은 여론이 많이 넘어온 상태"라며 "반드시 승리해 계양구민과 지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자객 공천을 못한 것은 결국 그럴만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준석 대표도 민주당에서 계양을에 출마하라는 요구가 나왔지만 외면했다. 윤 대통령 측근은 대부분 내각으로 입성한 상태이기도 하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위원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지역 기반에 당의 지원을 더하면 험지인 계양을에서도 승부할만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경기 분당갑에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대구 수성을에는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각각 공천했다.
아울러 ▲충남 보령서천 장동혁 ▲원주갑 박정하 ▲창원의창 김영선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제주을은 오는 11일 여론조사 경선 결과 최다 득표자를 공천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