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위버스, 시정 요청해도 변화 없었다”
기본적인 시스템도 없어···집단 신고 방법 뿐
아티스트도 뿔났다···BTS 뷔 “잘가라 악플러”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증오 발언이 담긴 악플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 상에서 무방비 노출돼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 등 이용자들은 위버스의 악플 예방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위버스 플랫폼 내 악플 관리는 사실상 전무하다.
26일 여성경제신문이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위버스 플랫폼 내에선 매크로(macro)를 활용한 원색적인 욕설·성희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크로는 합법적으로 사용한다면 효율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악용하면 경우에 따라 형사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개인정보 식별이 어려운 악플러가 매크로를 활용해 아이돌 멤버를 향한 성희롱·폐륜적 언급을 반복 게시하는 수법에 위버스 컴퍼니마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제보자는 본지에 “위버스를 활용하는 아티스트의 팬들은 위버스에 여러 차례 악플 관리 시스템 시정 요구를 했지만 바뀐 게 없다”며 “위버스는 오로지 커뮤니티의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위버스는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 컴퍼니에서 운영하고 있는 팬 커뮤니티 성격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아티스트와 팬이 한 공간에서 댓글과 대댓글을 활용해 자유롭게 소통하거나 아티스트가 볼 수 없이 팬 지향 소통도 가능한 특징을 지녔다.
케이팝(K-POP) 팬 사이에선 위버스 특유의 쉬운 가입과 특성이 각광받아 전 세계에서 3600명의 가입자가 유입됐다. 지난해 1월 네이버는 위버스 컴퍼니 전신인 ‘비엔엑스’에 4118억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통합 청사진도 그렸다. 그 결과 ‘위버스 2.0’이 현재 론칭 준비 중이다.
하지만 큰 몸집과 달리 내부 실정은 난맥상이었다. 악플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버스 커뮤니티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익명 특성·쉬운 가입·금칙어 시스템 부재 등 악플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만연했다.

기자가 가입을 시도한 결과 간단한 이메일 인증만 거치면 특정 아티스트 팬 커뮤니티에서 즉시 소통이 가능했다. 유료 멤버십 성격을 띤 기존 팬 커뮤니티와 달라 접근하기 용이했다.
이런 가운데 팬 커뮤니티 내에선 닉네임으로 활동할 수 있어 실명 공개에서 자유로웠다. 사실상 언제든 악플을 달 수 있는 데다 일회용 메일 주소를 활용하면 재가입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또 다수 팬은 위버스 내 실시간 모니터링 및 악플 예방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공감했다. 기본적인 금칙어 필터링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족에 대한 욕설과 저질성 비하 발언도 자동 필터링 없이 그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악플을 지울 방법은 신고를 누적시켜 자동 삭제되게 만들거나 아티스트가 악플을 본 뒤 숨김 처리하는 방법 뿐이다. 악플이 노출되기 이전에 시스템에서 막을 방법은 고안되지 않은 것이다.
악플 소굴서 팬·아티스트 관리자 자처
개선안 없는 상황···선플 유도 해법은?

악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아티스트와 팬덤은 자경단을 방불케 했다. 일례로 방탄소년단 뷔는 지난해 12월 20일 위버스에서 악플을 포함한 악성 유튜버 영상에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당시 뷔는 “고소 진행하겠다”면서 “모든 팬들이 봤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상처받고 용기 내지 못했던 사람을 대표해 고소하겠다”고 토로했다.
팬들도 커뮤니티 소통보단 악플 필터링에 시간을 쏟고 있다. 위버스 프로미스나인(fromis_9) 커뮤니티에선 “07:42 악플 2개 신고” “볼 때마다 전부다 신고는 넣고 있지만 멤버들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등 자체적으로 악플 관리에 나선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0대 위버스 이용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악플은 매크로 이용자가 많아 실시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악플이 소통 커뮤니티를 덮을 소지도 있다”며 “지금은 팬들이 집단으로 신고를 누적시켜 악플을 지우다보니 사견이 개입돼 단지 맘에 안 들어서 정지된 이용자도 더러 있는 등 부작용도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위버스 컴퍼니 관계자는 본지에 “관련 문제를 보고 드리겠다”면서 “담당 부서가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직접 통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악플로 인한 케이팝 문화 위축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안이 없는 상태다. 악성 게시물과 댓글에 노출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선 우선 선플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찬성 선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플랫폼 기업 차원에서 기술적인 제어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광고 수익이나 방문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초기 형태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제적 실명 전환보다는 선플을 첫 글 아래에 달게 유도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