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화실' · 이중섭 '닭과 가족' 맞붙는 양대 옥션
옥션계 "대형 컬렉터 MOU···큰 작품 나오는 추세"
미술 시장 팽창도 엿봐···"젊은 컬렉터 유입 고무적"

국내 양대 옥션이 봄맞이 메이저 경매에서 김환기 · 이중섭 작품을 내세워 맞붙는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오는 22일과 23일 봄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를 연다. 경매 추산액 규모는 163억원(122점)과 135억원(128점)이다. 선두에 내건 작품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국 근현대 명작이다. 서울옥션은 김환기 ‘화실’을, 케이옥션은 이중섭 ‘닭과 가족’을 내걸었다. 각각 1957년과 1954~1955년 작으로 비슷한 연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옥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요즘 옥션 업계에선 현대·신세계 등 여러 대형 컬렉터와 MOU를 체결하는 추세”라며 “그렇다 보니 큰 작품들을 앞다퉈 내걸면서 어찌 보면 대조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작품은 작가 말년으로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며 “일반론으로 보면 말년작인 이중섭이 인기를 끌 수도 있지만 최근 김환기 1954년 작품이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를 경신한 적이 있어 각자 매력으로 두 작품이 뽐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옥션에서 소개하는 김환기 ‘화실’은 앞서 소개된 김환기 작품과 조금 다르다. 주로 김환기 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추상 점화와 달리 구상화이기 때문이다. 작품 ‘화실’에는 △구름 △학 △달항아리 △달 △화구 등이 한 평면 안에 모여 있다. 김환기 시그니처인 푸른색 배경과 어우러졌다. 구상 시리즈는 거액을 오가는 점화보다 미술 시장 명성이 덜 하지만 1950년대 한국적인 소재를 접목하기 시작한 김환기의 파리 시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슷한 작품의 거래 역사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1950년대 김환기 작품은 1957년 ‘꽃과 항아리’가 2007년 서울옥션에서 30억5000만원에 낙찰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어지는 2018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954년 ‘항아리와 시’가 나왔다. 이 작품은 40억원에 거래되며 1950년대 작품 최고가를 재차 갈아엎었다.
40호 ‘화실’ 작품의 추정가는 16억~25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전 소장자는 신세계미술관으로 확인된다.
케이옥션에서 소개한 이중섭 ‘닭과 가족’은 1954~1955년에 작품으로 앞선 김환기 작품과 시기는 비슷하나 이중섭으로선 말년작에 속한다. 말년의 이중섭은 향토적인 한국 소재를 주로 활용했다. 작품은 가족들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덩어리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소를 떠올리는 이중섭 작품 세계와 달리 닭과 가족으로 애환과 그리움이 드러난다. 이중 닭은 이중섭 작품 속에서 자신을 의미한다.

비슷한 작품 중에선 이중섭 1954년작 ‘가족’이 2021년 6월 서울옥션에서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닭은 없으나 도상과 크기가 비슷한 작품이다. 케이옥션은 이 작품 경매를 14억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도 출품된 바 있어 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양대 옥션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술시장 성장을 보여주는 변화도 관찰된다. 2011년 이중섭 ‘닭과 가족’은 서울옥션에서 10억원에 팔린 바 있다. 그에 반해 현재 ‘닭과 가족’은 시작가부터 14억원으로 9년 새 4억원 이상 훌쩍 뛰었다. 또 케이옥션 지난 경매에선 109점 작품이 87억원 어치로 추산됐으나 이번달 경매는 128점 135억원 규모로 증가해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한국화랑협회장을 역임했던 최웅철 미술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세계 미술 시장을 보면 대개 GDP를 상응하는 수준으로 따라가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미술시장이 사치품, 비자금 시장으로 인식돼 폐쇄적이었으나 요즘 30~40대 젊은 컬렉터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시장 팽창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등 금융 자본이 미술시장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어 재작년 4500억원이던 시장이 9000억원까지 뛸 정도”라면서 “김환기 이중섭 같은 한국 작품도 세계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보여 좋은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